적자기업 논란 피하고, 한국보다 경영권 방어에 휠씬 유리

[경향신문]

쿠팡은 왜 미국 상장 택했나
기업 평가, 수익 여부에 초점
국내 없는 ‘차등의결권’ 확보
좋은 투자 유치 여건도 한몫

국내 사업체인 쿠팡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신고서를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거래소가 아닌 미국을 택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창업자 김범석 이사회 의장(왼쪽 사진)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 등 쿠팡에 투자한 ‘큰손’의 의중이 일관되게 ‘미국 상장’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적자 확대에도 대규모 투자를 받고,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에도 미국 주식시장이 한결 유리하다는 점도 이유로 거론된다.

14일 유통·증권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2010년 출범한 이후 줄곧 미국 상장을 준비해 왔다. 김 의장은 2011년 창립 1주년 행사에서부터 미국 상장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방향을 튼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미국 뉴욕을 노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쿠팡이 그동안 투자를 대부분 글로벌펀드에서 받아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비전펀드의 쿠팡 지분율은 상장 후 35~40% 정도로 예상된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투자펀드인 비전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PIF가 45%, 소프트뱅크가 28%를 출자해 만들었다.

전 세계 자본이 몰려드는 미국 시장에선 투자금을 대규모로 끌어모으기 좋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쿠팡의 상장 추진을 보도하면서 “2014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알리바바그룹 이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라며 “쿠팡의 경우 500억달러(약 55조4000억원)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손정의 회장이 3조원으로 20조원의 대박을 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쿠팡의 시가총액이 500억달러에 이를 경우,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 30억달러를 투자한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 지분 가치가 185억달러로 급상승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쿠팡의 누적 적자가 4조원을 넘긴 상황도 영향이 있어 보인다. 한국 주식시장이 쿠팡의 영업손실을 받아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코스피 시장은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된 후 기업 가치 평가가 적정했는지를 두고 큰 논란에 휩싸였다. 코스닥은 4년 연속 영업손실이 이어지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반면 미국 시장에선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 등이 시장을 장악했을 때 얼마나 큰 수익을 냈는지 봐왔기 때문에 현시점의 영업손실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쿠팡의 매출액이 크게 늘고 지난해 영업손실이 줄었기 때문에 지금이 쿠팡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시점이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엔 없는 차등의결권도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주식은 A~J 10개 클래스로 구성되는데 김 의장만 보유하는 클래스B 보통주는 1주당 29표여서 과반 의결권 확보에 유리하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