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뜯던 '안·오·나'..'서울시 공동운영' 하자?

박순봉 기자 2021. 2. 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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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제안에 대부분 '찬성'
'민심 누수' 없는 단일화 노려
야권 정계개편 신호탄 관측도

[경향신문]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중앙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오른쪽)과 나경원 전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를 추진 중인 야권이 ‘서울시 공동운영론’을 띄우고 있다. 과열된 신경전으로 인한 출혈 경쟁을 막고, 갈등보다는 통합 국면으로 바꿔 ‘민심 누수’ 없는 단일화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공동운영이 현실화하면 야권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야권 단일화 과정과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실현 여부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꺼진 불’이었던 서울시 공동운영론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3일 MBN 인터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에 대해 “서울시를 함께 힘을 모아 공동 운영하기로 합의해서 그런 형태의 단일화가 된다면 유권자들 입장에서 기대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의 제안에 같은 당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도 적극 화답했다. 나 전 의원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시 공동운영은 당연히 실천해야 할 기본 과제”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자유주의 상식 연합’ 구축도 제안했다. 나 전 의원은 14일 금태섭 전 의원과 남산 둘레길 걷기를 한 뒤 기자들에게 “가장 오른쪽에 있는 분부터 (시대전환) 조정훈 후보까지, 진중권·서민 교수까지도 같이하는 연합”이라고 설명했다. 금 전 의원도 “선거를 지나서도 어떻게 힘을 모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며 찬성 뜻을 밝혔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출마를 선언한 직후 가장 먼저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초기부터 범야권의 인재를 널리 등용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찬성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야권 후보들 대부분이 서울시 공동운영론에 찬성 입장을 낸 셈이라 현실화 가능성은 높아졌다.

뒤늦게 야권에서 공동운영론이 힘을 받는 것은 선거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초 흥행을 위해 마련된 경선 과정이 치열해지면서 ‘나경영’ ‘10년 쉰 분’ 등 자극적 표현들이 오갔고 제 살 깎아먹기가 되고 있다. 내부 출혈이 덜한 여당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야권 후보들이 밀리는 여론조사들도 등장했다.

게다가 공동운영론은 무산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범야권의 통합을 촉진시킬 수 있어 야권 입장에선 ‘일석이조’다.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기틀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선 승리를 위해선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대권 후보도 없고, 대권 후보가 들어올 틀로서의 역할도 국민의힘이 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분석에서 나온 판단이다. 한 비대위원은 “서울시장은 몰라도 대선에서 국민의힘 간판으로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며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 인사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지난 11일 SNS에 “반문재인 진영이 모두 하나가 될 때 야당 대선판이 시작된다”고 적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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