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백신, 계획대로 고령층에 접종하나

15일 '2~3월 세부 시행계획' 발표.."다른 대안 없다" 우세
WHO 자문단 "65세 이상에도 면역반응 잘 유도" 사용 권고

[경향신문]

정부가 오는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이 백신의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가 고령층에게 치명적인 점, 1분기 백신 도입 물량의 상당량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초 계획대로 이 백신을 고령층에게 접종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세부 시행계획’을 발표한다. 지난 11일 열린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백신별 접종 대상자를 확정한다.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고령층에게 접종하느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고령층 임상시험 참가자가 부족해 이 연령대에 예방효과가 있는지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국내 사용을 허가하면서 주의사항에 ‘65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기재토록 한 터다. 식약처가 3중 자문 절차를 거치고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셈이다.

현재로선 고령층 접종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1분기에 들어오는 백신 초도물량 대부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인 데다 고령층이 대부분인 요양병원·시설 입소자가 우선접종 대상이기 때문이다. 1분기에 들어오는 또 다른 백신인 화이자 백신은 운송·보관이 까다로워 고령층 대상의 ‘찾아가는 접종’을 하기 어렵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 계획을 철회하면 11월까지 국민 70%의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목표는 시작부터 차질을 빚는다.

코로나19 대응의 가장 큰 목적은 ‘사망자 최소화’다. 어떤 백신이든 코로나19 증상이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역시 고령층에게 접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14일 “짧은 시간 안에 다른 백신이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고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1명이라도 덜 돌아가시는 게 하는 게 맞다”며 “코로나19 사망자의 95%가 65세 이상 노인인 상황에서 고령층 접종을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 65세 미만부터 접종하고 추후 고령층 데이터가 쌓이면 65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의 중간보고서를 4월 말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문단도 지난 10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이상에게 사용해도 좋다고 권고했다. 그럼에도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고령층에게 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화이자를 포함해 다양한 백신을 확보해 가능한 일이다.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공공보건청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확보한 나라라면 당연히 65세 이상에게도 접종을 해야 한다”면서 “mRNA 방식의 (화이자) 백신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사망률과 중증도를 낮출 수 있는 강력한 예방효과를 발휘한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노도현·정유진 기자 hyu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