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시마서 규모 7.3 강진.. "10년 전 악몽 떠올라"

김회경 2021. 2. 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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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대지진 10주년 앞두고 피해 지역에 강진
산사태· 정전피해 속 쓰나미 없어 인명 피해 적어
향후 1주일 여진 가능성에 정부·주민 경계 강화
13일 밤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도로를 덮쳐 도로 통행이 차단됐다. 후쿠시마=AP 연합뉴스
“10년 전 상황이 떠올랐다. 당시를 생각하면 역시나 무섭다. 더 큰 지진이 오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후쿠시마현 소마시 30대 남성

13일 오후11시 8분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해 일본인들이 공포 속에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다음달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앞두고 당시의 상처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는 지역에서 강진이 발생한 탓이다. 진원지(진앙)로부터 수백㎞ 거리의 도쿄에서도 수십초 간 강한 흔들림을 느낄 정도였다. 이번에는 진원이 55㎞로 동일본대지진 당시(24㎞) 보다 깊어 태평양 연안을 집어삼킨 쓰나미(지진해일)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1주일 동안 같은 규모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일본 정부와 주민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동일본대지진의 여진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日 동북부 10년 만에 최대 규모 강진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후쿠시마 시내의 한 주류 판매점에 진열된 술병들이 쏟아져 내리면서 직원이 깨진 병들을 정리하고 있다. 후쿠시마=AP 연합뉴스

이날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지진으로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 남부 태평양 인근에서는 진도 6강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 기준으로 진도 6강에선 사람이 서 있기 어렵고 실내에 고정하지 않은 가구가 움직이거나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후쿠시마현 등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 것은 동일본대지진 당시 여진이 발생한 2011년 4월 7일 이후 약 10년 만이다. 이번 지진으로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을 중심으로 14일 오후 기준 12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쓰러진 가구나 깨진 유리창에 다친 사례가 많았다.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 강진. 송정근 기자

산사태로 인한 도로 차단, 가옥 붕괴는 물론 화재도 보고됐다. 수도권과 동북부 지역을 포함한 1도·11현에서 약 95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고 14일 오전까지 모두 복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수와 가스 누출 등의 사례도 보고됐다. JR동일본은 지진 직후인 전날 밤부터 이날까지 고속철도인 신칸센과 재래선 등의 일부 구간의 운행을 일시 중단했고, 일부 주민들은 주말 이동에 큰 불편을 겪었다.

정부는 즉각 대응했다. 지진 발생 직후인 오후 11시 9분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관저대책실을 설치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오후 11시 28분 총리관저에 도착해 신속한 상황 파악과 인명 구조 등을 지시했다. 자정을 넘겨 14일 오전 1시 58분에 관저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과 약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오전 9시엔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히 협력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과 재해 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위아래로 쿵 하고 흔들려" 대피소에 모인 주민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소마시가 한 체육관 내부에 텐트를 설치해 주민들을 위한 임시 대피소로 활용하고 있다. 소마=EPA 연합뉴스

한밤 중 강한 진동을 경험한 주민들은 10년 전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일부는 지자체가 마련한 임시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진도 6강의 진동이 관측된 후쿠시마현 소마시는 체육관 내부에 40여개의 텐트를 마련해 주민 100여명이 이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위해 일정 간격으로 텐트를 설치했고 환기와 체온 측정, 손 소독 등에 신경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80대 남성은 "다리가 불편해 이불을 두르고 진동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며 "10년 전에는 옆으로 흔들렸지만 이번에는 위아래로 '쿵'하고 흔들렸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가족과 대피한 30대 남성은 "정전으로 집안이 어둡고 추워지면서 불안해서 왔다"고 했고, 60대 여성은 "집 창고에 있는 등유 탱크가 쓰러지는 바람에 기름이 새어 나왔는데, 혼자 살고 있어 불이 날 경우가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혼자 지내는 고령자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이동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집에서 보낸 경우도 있었다. 후쿠시마와 미야기현 주민들 중에는 "동일본대지진 때의 일이 머리를 스쳤다" "10년 전보다 더 큰 흔들림이 아닌가" 등의 반응이 많았다. 여진 등의 만일을 대비해 식수 등 생필품 준비에 나선 이들도 보였다.

이들 지역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도서관, 사무실 등에서는 진열된 상품이나 책장에 꽂아둔 책들이 쏟아져 내려 아수라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전날 밤 갑자기 운행을 멈춘 철도 등으로 미야기현 센다이역 주변 택시 승강장에서는 귀가를 위해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행렬이 형성됐다.


2011년 비해 진원 깊어 쓰나미 없어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지진해일의 피해로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풍경. 후쿠시마=AP 연합뉴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으로 해수면이 약간 변동할 수 있으나 쓰나미가 발생할 우려는 없다고 발표했다. 강진이었지만 10년 전에 비해 인명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은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이었다. 북미판과 태평양판의 경계 지점이었고 진원 깊이는 24㎞였다. 반면 이번 지진은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로 발생했다. 태평양판 내부에서 발생했으며 진원 깊이는 55㎞였다.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진원이 깊고 해저가 변형되기 어려운 지점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여진으로 분석된다"며 "향후 1주일 정도는 최대 진도 6강의 여진이 이어질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14일 오후 4시 31분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다. 전날 발생한 지진의 여진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제1원전 등을 포함한 후쿠시마 제2원전과 오나가와 원전, 도카이 원전 등은 현재까지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전 2시 넘어 후쿠시마 제1 원전의 5·6호기의 사용후연로 수조에서 물이 넘친 사실은 확인됐다.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넘친 물의 양이 적고 건물 밖으로 유출되지 않아서 외부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10년 전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쓰나미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쳐 1~3호기의 노심용융과 폭발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해양으로 대량 누출됐다. 아울러 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현 등의 태평양 연안 마을을 강타하면서 지난해 12월 10일 기준 확인된 사망자는 1만5,899명, 행방불명자는 2,527명에 이른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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