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톡] 국회의원 비판 댓글 삭제 부작용 언론개혁법?

금준경 기자 2021. 2. 1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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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대 의원 댓글 삭제 법안 정부 정책 방향 역행… '선의'와 달리 오남용 가능성 고려해야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이 댓글은 왜 지웠어요?”
“음...잘 모르겠습니다.”

2016년 총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삭제한 게시글 내역을 IT시민단체 오픈넷과 함께 정보공개청구로 받아 기사를 쓴 적 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과 '비방' 게시글을 지우고 있는데요. 당시 납득이 가지 않는 내용들을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우리엄마가 나경원이야'(라고 나경원 의원의 딸이 면접 중 발언한 것) 말고도 관련된 의혹은 더 있다.”

MLB파크의 댓글입니다. 선관위는 이 댓글이 '허위사실'이라며 지웠습니다. 나경원 당시 후보자의 자녀가 대학 면접 때 '엄마가 나경원'이라고 밝힌 점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사실입니다. 아마도 '이것 말고도 관련된 의혹은 더 있다'는 표현을 '허위'로 판단한 것 같은데, 이것이 분명한 허위사실일까요? 왜 지웠는지 물으니 담당자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 2016년 총선 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사실로 판단해 삭제 조치한 게시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6대 언론개혁법'이 논란입니다. '언론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논쟁이 집중되는데, 비교적 부각되지 않은 양기대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양기대 의원의 법안은 '댓글로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입은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정보 및 댓글을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해 해당 댓글이 게재된 게시판의 운영 중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골자입니다. 한마디로 악플로 인해 피해를 입은 쪽이 문제제기를 하면 게시판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법안은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30일 이내의 기간 동안만 게시판을 임시로 제한하도록 했습니다. 양기대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 구제와 표현의 자유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를 조화시킬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란이 되자 민주당은 '게시판 운영 중단 및 차단'이 아닌 '댓글 삭제 및 차단'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 iStock

문제의 핵심은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정치인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당사자 입장에서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라고 하면 정치인 비판 댓글 제거 정책으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기간'에 후보자에 대한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를 삭제하는 것을 넘어 일상적으로 정치인에 대한 비판에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다툼의 소지가 있으면 '30일 차단'을 한다는 대목은 합리적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30일은 결코 짧지 않은 기간입니다. 이미 포털 블로그 등에는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게시글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문제 제기를 하면 30일 동안 게시글을 무조건 차단하는 '임시조치' 제도가 있습니다. 이 제도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2016년 경남도민일보 김주완·김훤주 기자가 공동운영하는 블로그에서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책에 나온 내용을 썼다 박기준 전 지검장의 신고로 30일 차단당했습니다. 책은 박기준 전 지검장의 검사 시절 섹스스폰서 의혹을 다루는 내용입니다. 선거 시기였고, 박 전 지검장이 출마한 상황이었습니다. 선거 기간 30일 동안 차단 당해 '필요한 때에 적절한 문제제기'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상품 후기가 사라지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사실을 썼다 해도 해당 기업의 신고로 부정적인 후기를 30일 동안 차단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일 차단'은 전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즉, 공직선거법상 게시글 삭제 제도와 임시조치 제도가 이미 악용되고 있는데 양기대 의원은 오히려 악용될 소지를 키우는 법안을 내놓은 겁니다.

이는 그동안 민주당이 보여온 행보와는 상반되기도 합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표현의자유특위 위원장이던 유승희 의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비방 게시글' 삭제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을 냈습니다. 아울러 '포털의 임시조치 제도 개선'은 문재인 대선 후보 공약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30일 차단'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게시글을 차단 당한 이가 이의제기하면 즉각 차단을 풀고 분쟁기구를 통해 '차단' 결정이 나올 때까지 게시를 허용하는 내용을 공약에 담았습니다. 이 정책은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 업무과제에도 있습니다.

대통령과 방통위는 30일 차단이 과도해 개선하겠다는데 정작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차단' 제도의 범위를 넓히는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홍보하고 있으니 모순적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당시 공약. '언론개혁 6법' 가운데 인터넷 게시글을 대상으로 한 법안과 상반된다.

'6대 언론개혁법'의 단면이 이렇습니다. 지난 정부 때 인터넷 표현물 부문을 취재한 입장에서 민주당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세운 원칙과 상반된 행보가 혼란스럽습니다. 표현물 규제는 숙고해야 함에도, 급히 마련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6대 언론개혁법'에 논란이 일자 이낙연 대표는 '언론보도와 인터넷 게시물로 인한 피해 구제'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여권에선 무조건적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6대 언론개혁법' 가운데 표현물 법안의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무조건적으로 보장해야 하느냐는 논쟁이 본질이 아니라고 봅니다. 표현물 규제는 선의로 만든다 해도 의도치 않은 '오남용 소지'가 크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양기대 의원의 입법 취지는 악플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기업과 정치인에 대한 정당한 비판마저 차단하는 용도로 악용돼 문재인 정부가 개선을 약속한 포털 임시조치 역시 참여정부 때 사이버폭력을 막기 위한 '선의'로 만들어진 제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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