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골든타임 받아든 LG·SK.. 합의금 협상이 '마지막 열쇠' [배터리 전쟁 향후 시나리오]

성초롱 2021. 2. 1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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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극적 합의 가능할까
SK, 바이든 거부권에 실낱 희망
배터리 공장 짓는 조지아주 반발
LG "합리적 조건이면 협상 가능"
LG에너지솔루션(LGES, 옛 LG화학 배터리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의 손을 들어주면서 양사 간 합의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수입금지 10년을 결정한 만큼 양사의 합의 가능성은 커졌다. 이 때문에 지난 2년여간 입장을 좁히지 못했던 합의금 문제에서 얼마나 간극을 좁히느냐가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美대통령 거부권 마지막 변수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T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내린 최종 결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제출한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리스트를 확정하면서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 등의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ITC 판결 이후 60일의 대통령 심의 기간을 거쳐 최종 결정을 확정짓는데, 그사이 대통령은 미국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ITC의 징계는 무효가 된다. SK도 ITC 최종 결정 직후 "대통령의 검토 등 남은 절차에서 SK 배터리의 안정성과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공익성을 집중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에선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ITC가 최종 판결에서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포드 및 폭스바겐의 생산차질 등을 감안해 유예기간을 부여한 만큼 공익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또 ITC가 설립된 이후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적은 한 번도 없는 점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미국 정치권에서의 요구 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ITC 판결 이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ITC 결정으로 조지아에서 진행되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미국 버디 카터 조지아주 하원의원과 샌포드 비숍 조지아주 하원의원, 척 플라이쉬먼 테네시주 하원의원 등이 "ITC에서 한 회사가 부정적 판결을 받으면 미국 경제와 공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소송전 끝낼 열쇠는 합의금

ITC의 판결로 이제 관심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 가능성이다. 합의 도출의 열쇠는 합의금 규모다. 지난해 2월 SK의 조기패소 판결 이후 양사는 합의금을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금 규모에서 이견을 보이며 합의는 중단됐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 규모의 합의금을 제시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2조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ITC 최종 판결로 궁지에 몰린 SK가 합의금 규모를 기존 제시안보다 상향 조정할지가 관심사다. SK가 합의에 실패하면 3조원가량을 투입한 미국 조지아 공장의 가동이 사실상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ITC 최종 판결 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트는 합의금이 최소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최종 배상금을 결정할 델라웨어지방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릴 것으로 예상해 추산된 금액이다.

양사 모두 합의 가능성에 대해선 긍정적 입장이다. 이미 3년차를 맞게 된 배터리 소송전으로 양사 모두 소모가 크고, 합의가 불발될 경우 연방지방법원에서 추가 소송 등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제는 영업비밀 침해 최종 결정을 인정하고 소송전을 마무리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상한다면 합리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합의금 수준에 대해선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라고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도 "합리적 조건하에서라면 언제든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미국 대통령의 검토가 이뤄지는 60일이 양사 간 합의에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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