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3조-SK 5천억대 합의금 제시..협상 과정 진통 불가피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2021. 2.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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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분쟁 새 국면]
美 전기차 시장 급성장하는데..SK '10년 금지' 치명적
LG도 최악땐 4~5년 소송 리스크..분쟁 장기화는 부담
포드·폭스바겐까지 압박..양사 "합의 필요" 입장은 분명
SK이노베이션이 완성차 업체인 포드와 폭스바겐에 공급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 제공=SK
[서울경제]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이 나오자 소송 당사자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공식 입장을 내고 “소송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 전력투구로 대응해야 할 마당에 소송전으로 전력을 소모하지 말자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합의 성사 여부는 상대의 태도에 달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LG는 SK에 “최종 판결에 부합하는 (합의금) 제안을 하라”며 날을 세웠다. 반면 SK는 “합리적 조건하에서 언제든 합의 협상에 임하겠다”며 LG가 제시한 합의금 규모를 문제 삼았다. LG는 합의금으로 3조 원 안팎, SK는 수천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의를 통한 소송 종료라는 목표는 같지만 합의금 규모와 방식 등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분명해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ITC의 판결로 배터리 사업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따져봐야 할 만큼 타격을 입은 SK가 종국에는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하는데···‘10년 금지’ 치명적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영업 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며 내린 10년간 수입 금지 조치는 매우 강력하다. 소송을 제기한 LG에너지솔루션이나 이를 방어한 SK이노베이션 모두 조치의 강도가 예상보다 세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이 불가능해진 10년이라는 기간이 SK이노베이션에는 치명적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으로 향후 수년간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미국 내 친환경 자동차 관련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50만 개 추가하고 친환경차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다만 ITC는 SK이노베이션과 납품 계약을 맺고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완성차 업체 포드와 폭스바겐향 물량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약 3조 원을 들여 이들 업체에 공급할 21.5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라인을 짓고 있다. 전기차 43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ITC가 유예기간을 둔 것은 이들 완성차 업체와 고용 인력, 지역사회 등이 즉각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고려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두 업체로 하여금 유예기간에 다른 배터리 공급처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평가다.

사방에서 양측의 합의 압박

SK이노베이션은 60일 이내에 나올 수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수입 금지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 만약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합의 외에는 대안이 없다. SK이노베이션의 완성차 고객사들도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공급받아야 하는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두 회사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제조 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며 합의를 압박하고 나섰다.

폭스바겐도 “한국 공급 업체 간 분쟁으로 의도치 않은 피해를 봤다”며 2년이 아닌 4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고객사인 두 업체의 행보가 SK이노베이션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아울러 ‘영업 비밀 침해’ 기업이라는 낙인 효과는 SK이노베이션의 추가 수주 활동에 상당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도 ITC 최종 판결에서 이겼지만 마냥 고자세로 협상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최악의 경우 합의가 결렬돼 미 ITC 소송 항소와 이후 델라웨어 연방 법원에서 민사 소송까지 본격화할 경우 4~5년간 소송 리스크를 지고 배터리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TC 소송 자체만 놓고 보면 LG의 승리지만 결국 LG 입장에서도 합의가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 난관은 합의금 규모

양사 모두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하지만 합의금을 둘러싼 이견이 너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금으로 약 3조 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향후 배터리 매출에 대한 일정 비율의 로열티 지급, 배터리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 일부 제공 방식 등이 거론된다. LG의 한 관계자는 “합의금은 지난해 예비 판결을 기준으로 마련됐는데 지금은 최종 판결이 나왔다”며 압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 측의 요구가 비상식적이라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초기 투자 진행 등으로 지난해 배터리 사업에서 4,2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봤고 추가 투자 재원 확보가 절실하다. SK의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요구하는 합의금 규모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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