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없는 노들길도 50km/h로 속도 제한.. 시민들 "황당"
의견수렴 한번없이 4월부터 시행
거북이 주행 예상에 시민들 불만
서울시·서울경찰청 "문제 없다"
시와 경찰은 올해 4월부터 해당 규정이 시행돼 단속을 앞두고 있음에도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통관련 시민단체는 물론 해당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하나같이 황당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 보행자 없는데 50km/h 제한
14일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한 서울시내 전 도로 제한속도가 최고시속 50km로 제한된다. 이미 상당 구간에 제한속도 표지판이 나붙고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4월 이후 일제 단속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조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도시 내 일반도로 제한속도를 기존 시속 60km에서 '10km/h' 낮춘 데 따른 것이다. 올림픽대로, 동부간선도로, 강변북로, 서부간선도로, 언주로 등 자동차전용도로 12곳을 제외한 서울시내 전 도로가 대상이다.
전국적으로 시행 중인 '안전속도 5030' 프로젝트가 법제화된 것으로, 시행과정에서 사고발생률과 인명피해가 함께 줄어드는 결과를 얻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도심 도로에서 제한시속을 50km 이내로 맞추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정책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노들길 등 자동차전용도로에 준하는 도로까지 시속 50km 제한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전 구간 중앙분리대와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고 일반 보행자 통행이 없음에도 도심 내 일반도로와 마찬가지로 법을 적용해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받는다.
시민들은 반감을 드러낸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속도를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건 동의하지만 그 대상이 문제"라며 "노들길처럼 자동차 전용도로로 설계돼 예전엔 80씩 달렸고 지금은 그때보다 (시설이) 더 보완돼서 가드레일이나 중앙분리대까지 완전히 설치돼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데 여기까지 '50km/h'로 내리는 건 대단히 잘못된 제도"라고 비판했다.
속도제한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김 대표는 "5030 속도제한은 전문가 의견을 묻고 토론을 거쳤지만 이런 (보행자 통행 가능성이 없는) 도로까지 제한하는 문제는 따로 논의가 없었다"며 "공직에 있는 공무원들이 아직도 시민을 관리대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명중 도시교통시민연대 사무총장 역시 "차량 성능이나 도로설비가 좋아져 노들길 같은 곳은 지금처럼 '60km/h'(시속 60km)로 달려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며 "스쿨존부터 (교통 관련) 규제가 너무 많이 생기고 있는데 이번에도 의견수렴이 전혀 없었고 (다른 단체로부터도 협의가 있었다는 얘기를) 못 들어봤다"고 비판했다.
■스쿨존보다 20km/h 빨라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법에 따른 지정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동차 전용도로 이외에 시내도로는 전 구역을 '50km/h' 이하로 제한하도록 법이 개정됐다"며 "예외적으로 60km까지 할 수는 있지만 결정권한은 저희가 아니라 서울경찰청에 있고, 시가 협의에 참여해 (서울경찰청 결정에 따랐고) 반대를 하진 않았다"고 책임을 넘겼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를 해제한 상태고 일반도로로 만들었다보니 거기에 맞게 바꾸는 것"이라며 "특별히 반대나 문제제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상당수 시민이 보행자 통행 가능성이 없는 구 자동차 전용도로 구간까지 속도제한이 이뤄지는지 알지 못해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들길을 자주 이용하는 운전자 정희준씨(37)는 "최근에 50km 제한 표지판이 노들길에 붙은 걸 보긴 봤다"면서도 "신호도 사람도 없고 그렇게 천천히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전에 80km에서 60km로 낮아졌을 때도 (운전자들이) 규정을 잘 안 지키는데 동네랑 비슷한 속도로 묶어놓은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털어놨다.
직장이 여의도에 있어 노들길을 자주 이용하는 주철영씨(39) 역시 "지역에서 지역으로 이동하는 도로를 스쿨존보다 조금 빠르게 해놓았으니 교통체증이 심해질 것"이라며 "코로나로 가뜩이나 팍팍한데 과속카메라로 단속해 돈을 걷으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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