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1458만명·256달러..쿠팡 가치가 55조원이 된 이유
쿠팡 지난해 총 매출 급증 손실 급감
쿠팡서 물건 산 사람 1458만명 달해
이용 금액 256달러 매년 늘고 있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지난 12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해 신고서를 제출하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작업에 본격 착수하자 월스트리트저널·포브스 등 외신은 쿠팡의 기업 가치를 약 500억 달러(약 55조4000억원)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초 블룸버그 통신이 추정한 300억 달러를 뛰어넘는 수치이며, 중국 e커머스 업체 알리바바의 2014년 기업공개(IPO)(1680억 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쿠팡의 어떤 점을 보고 이렇게 후한 점수를 준 걸까. 쿠팡이 제출한 상장 신고서를 보면 그 이유를 대략적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13조원
이 서류엔 쿠팡의 지난해 총 매출액이 119억7000만 달러(약 13조3000억원)로 나온다. 2019년 7조1000억원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순손실은 4억7490만달러(약 5257억원)로 전년(6억9880만달러) 대비 2억 달러 이상을 줄였다. 매출은 급증하고, 손실은 급감했다. 한 마디로 장사를 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수치를 반박할 때 쓰이는 숫자가 있다. 쿠팡이 그간 쌓아놓은 누적 적자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누적 적자는 약 41억1800만 달러(약 4조5580억원)다. '로켓 적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1458만명
이런 상반된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도 쿠팡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볼 수 있는 건 최근 3개월 간 쿠팡에서 한 가지 이상 제품을 산 사람이 1458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2018년 말 916만명).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수는 약 5178만명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우리나라 사람 3.4명 중 1명은 쿠팡을 이용한 셈이다. 어린아이와 노년층 등 온라인 쇼핑을 하지 않는 인구를 빼면 쿠팡 이용률은 더 높아진다. 부동의 유통업계 1위 기업이 롯데의 지난해 이용 고객수가 837만명이었다.
◇256달러
쿠팡 이용자의 사용 금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쿠팡의 밝은 앞날을 예상케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소비자가 쿠팡에서 쓴 돈은 분기당 평균 256달러(28만2718원)였다. 2018년엔 127달러였다. 2년 만에 딱 배가 됐다. 쿠팡을 쓴 사람은 계속 쿠팡을 쓰면서 사용 금액 역시 늘려간다는 통계도 있다. 일례로 2016년에 쿠팡에서 100만원을 썼던 사람은 지난해엔 359만원을 썼다. 이는 쿠팡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쿠팡은 국내 유통업체 결제 시스템 중 가장 간편한 시스템을 갖췄고, 국내 유통업체 중 배송 시간이 가장 짧다는 평가를 받는다.
◇10억 달러, 5만개
쿠팡은 상장 이후 약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해 광역 물류센터 7개를 추가로 짓겠다고도 했다. 쿠팡은 쿠팡은 그간 손마사요시(孫正義·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약 34억 달러(약 3조7600억원)를 투자받아 현재 국내 30개 도시에 약 150개 물류센터를 돌리고 있다. 연면적만 약 70만3800평으로, 축구장 400개 규모다.
쿠팡은 물류센터를 추가하면서 2025년까지 5만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도 했다. 쿠팡 현재 직원수는 약 5만명으로 추정된다. 2025년엔 임직원 수가 두 배가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월 임직원 수가 10만6200명이었다.
한편 신고서에 따르면,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지난해 연봉은 급여만 88만6635달러(약 9억8000만원)이었다. 여기에 스톡옵션 등을 합하면 지난해에만 총 1434만 달러(약 158억3400만원)를 받았다. 주요 임원 중 지난해 보상액이 가장 많은 이는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였다. 그가 연봉과 스톡옵션 등을 합쳐 지난해 받은 돈은 2764만 달러(약 305억2500만원)였다. 팸 CTO는 우버에서도 CTO를 맡았고, 지난해 쿠팡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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