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탈당 이유 없어.. 오버하면 더 망가진다고 깨달아"

경기=김동우 기자 2021. 2. 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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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지키며 여권 내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지키며 여권 내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입소스가 SBS 의뢰로 지난 6∼9일 차기 대선주자 중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은 결과 이재명 지사가 28.6%를 기록해 가장 높은 지지율은 보였다. 이낙연 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은 각각 13.7%, 13.5%로 집계됐다.

앞서 이 지사는 대권주자로서 사실상 독주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저 사람 일 시켜보니까 내게 도움이 되네'…저의 실적 때문에 더 큰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 지사는 이날 OBS 뉴스코멘터리 '막전막후'에서 코로나 재난지원금과 관련, 정부여당과는 달리 보편지급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경기도정을 책임지고 경기도민의 대리인으로서 의견이 엇갈려서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당론을 존중하긴 해도 도민의 의사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도지사로서 공적 책임과 당원으로서의 책임도 있어 가급적 둘을 일치시켜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보수를 받고 권력을 위임 받은 도의 대표라서 도민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며 "그렇다고 당론과 다르게 한다는 것은 아니고 지금까지 큰 무리없이 해온대로 당론이 결정되면 그에 충실히 따르는 게 기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이란 생각이 다른 여러 의견들이 모이는 곳이고 당의 최종의사결정이 당원의 총의와 이를 대표하는 당 지도부에 의해 결정되기 전까지는 의견은 다양하게 묻는 것"이라며 "그런데 누군가 힘 센 사람 편을 들어준다면 당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 이슈에는 선택과 집중… 행정은 적극 부각 


이 지사는 정치적 공격을 받을 때마다 정치에서 한발짝 물러나 행정 실천력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와 행정에 한 방은 없다"라며 "국민의 위임으로 나랏일을 대신하는 공무원의 최고 덕목 중 하나가 성실함"이라고 말해왔다.

앞서 지난 6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보통 정치나 행정에서는 '화끈한 한방'을 노리고 획기적인 정책이나 공약으로 국민을 설득하려 하지만 그런 쉽고 좋은 방법이 있다면 왜 이미 하지 않고 남겨두었겠느냐"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여러 곳에서 작은 것을 꾸준하게 많이 해서 콩알 주워 모으듯 성과를 쌓아야 한다. 거북이처럼,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열심히 오래 많이 하다보면 결국 티끌 모여 태산이 되는 것처럼 세상이 바뀐다"고 했다.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공격을 받을 때면 "약속이나 정책을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실천은 쉽지 않다. 저는 말한 건 꼭 지키려 하고 그래서 공약 이행률이 높다"고 실천력을 부각 시키려 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출나서 그런 건 아니고 지킬 수 있는 것만 약속하면 된다"며 "결국 국민들 삶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끼고 앞으로 다른 역할을 하면 내게 더 많은 혜택,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그런 평가와 기대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두고 이 지사가 2017년 대선과 달라진 점이라고 꼽는다. 정치와 행정을 같은 선상에서 본 것이다. 

지난 9일 유튜브 토크콘서트 동영상에 공무원들이 출석체크 하듯 실명 댓글을 달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재빠르게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책임자 엄중 문책을 지시했다.


의제(議題) 띄우고 정책 아젠더(agenda) 주도


새해 정국을 뒤 흔든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이 지사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3일 "나까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사면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라고 밝힌 게 전부다.

그 결과 이 지사는 사면에 거세게 반대하는 민주당 지지층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다. 사면론을 제기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대표직 사퇴 압박까지 받는 사이 점수를 따고 있는 것이다.

이 지사가 완전히 침묵한 건 아니다.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이 반길 만한 메시지를 영리하게 내놓았다. 3일 SNS에 "기득권 카르텔을 개혁하는 것이 곧 민생"이라며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화두로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여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의어로 불리는 '적폐'를 언급, 당장의 사면 추진엔 반대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지사의 '선택과 집중'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당정청과 각을 세울 때도 두드러졌다. 보편적 복지론자라는 본인 색깔은 드러내되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을 직접 비판하는 건 피했다. 4일엔 여야 국회의원 300명 모두에게 편지를 보내 지역화폐 방식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호소했다.

이 지사가 지난해 9월 당정청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결정을 놓고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며 정권을 직격했다면 이번엔 '평화 시위'를 택한 셈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아닌 대상을 향한 이 지사의 공격은 여전히 매섭다.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에 반대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페이스북에서 "기재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하게 하는 것은 기재부가 '곳간지기'를 넘어 '경제정책의 설계자'가 되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지역화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에 대해서도 "연구를 빙자해 주장을 하고 정치행위를 할 때 우리는 곡학아세라고 한다"고 했다.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쪽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 주장을 ‘사이비 진보 또는 포퓰리즘'으로 비난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 방어했다.

그는 "사실 포퓰리즘이라는 표현 자체가 국민을 매우 무시하는 말"이라며 "기득권의 저항을 감수하더라도 국민이 원하는 필요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을 포퓰리즘으로 공격함으로써 국민들의 동의를 받으려는 행위가 진정한 의미의 포퓰리즘"이라고 맞받아쳤다.


탈당설 압박에 "민주당 없으면 나도 없다" 쇄기


당 일각에서 불거진 탈당설과 관련해서도 그는 "누군가 '저 인간은 좀 나갔으면 좋겠다'고 저 보고 탈당했으면 하는 사람이 있지만 극히 소수"라며 "극소수의 소망사항에 제가 탈당할 이유가 있느냐. 2005년 이후 계속 당원인데다 민주당 내 문재인 대통령님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절 응원하고 있는데 제가 나가면 되겠느냐"고 못박았다.

당내 극심한 견제 탓에 대선후보로 선택받기 어려워지면 이 지사가 탈당 후 신당 창당 등 활로를 찾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이 지사 주변에선 '정치생명을 단축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지사 본인도 탈당설을 강력히 부인한 바 있고 30%를 넘보는 이 지사의 지지율에는 개인에 대한 호감과 별개로 민주당 1위 후보의 지분 역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7년 대선 출마를 통해 실패 속에서 더 많은 걸 깨우쳤다. (대권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지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버하면 더 망가진다는 깨달음이 있었다"면서 "진정한 의미로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부여된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어느 시기에 어떤 역할을 국민이 정하는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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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김동우 기자 bosun199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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