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눈물섞인 초콜릿을 거부한다

김윤나영 기자 2021. 2. 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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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아프리카 말리의 아동 노동자 출신 8명이 12일(현지시간) 네슬레 등 글로벌 초콜릿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서아프리카의 아동 노동자들. 국제권리변호사들(IRA) 제공


네슬레, 허쉬 등 대표적인 글로벌 초콜릿 회사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에서 벌어진 아동 노동 착취를 묵인한 혐의로 피소됐다. 초콜릿 판매 대목인 밸런타인데이를 불과 이틀 앞두고 피소된 이들 기업은 지난 20여년 동안 이윤을 위해 아동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인권변호사단체인 국제권리변호사들(IRA)은 이날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 강제노역을 방조한 혐의로 네슬레, 허쉬, 카길, 몬델레스 등 글로벌 초콜릿 회사 7곳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에 초콜릿 회사들을 상대로 강제노동 관련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단소송에 참가한 이들은 어린 시절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웃 국가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장으로 팔려갔다가 탈출한 청년 8명이다. 이들은 16세 미만의 나이에 카카오 농장으로 끌려가 수년간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일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소된 기업들이 카카오 농장을 직접 소유하지는 않았으나, 납품 농장들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수천명의 어린이가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사실을 묵인해왔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코코아 공급량의 45%를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아동 노동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미 시카고대학 연구팀은 2018~2019년 아동 노동자 156만명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카카오 농장에서 일했으며, 이들 중 148만명은 위험한 업무에 종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대부분 5~16세인 이들 중 일부는 친척들에 의해 인신매매범이나 농장주에게 불법적으로 팔려와 수년간 ‘노예노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40%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푸드 임파워먼트 프로젝트’에 따르면, 카카오 농장에 투입된 아동들은 무게가 45㎏이 넘는 카카오 열매 자루를 나르고, 보호 장비도 지급받지 못한 채 농약을 뿌리는 일에 투입된다. 일부는 카카오 나무에서 ‘마체테’라고 불리는 큰 칼로 카카오 열매를 자르는 일을 한다. 아동에게 ‘마체테’를 들게 하는 것은 국제노동법과 유엔 협약 위반이라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글로벌 초콜릿 회사들의 아동 노동 착취 논란은 20여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네슬레 등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20년 전인 2001년 서아프리카의 카카오 농장에서 2005년까지 아동 노동을 근절키로 한 ‘하킨-엥겔 협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2005년이 지나서도 약속 지키기를 미루다가 2025년까지 아동 노동 의존도를 70% 줄이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초콜릿 회사들이 아동 노동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윤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동을 쓰는 농장들은 적절한 보호 장비를 갖춘 성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농장보다 글로벌 초콜릿 회사와의 계약 경쟁에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피소된 기업들은 아동 노동에 반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으나, 자세한 언급을 삼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네슬레는 “우리는 코코아 공급망 내에서 아동 노동을 퇴치하고, 그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소송이 코코아 산업에서 아동 노동을 종식시키려는 공동의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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