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美국무, 중국 보란듯 '티베트 설' 축하 메시지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1. 2. 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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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2일(현지 시각) 티베트의 설 축제인 ‘로사(Losar)’를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트위터와 유튜브,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을 통해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는 티베트의 언어적, 종교적, 문화적 유산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예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장관이 이런 메시지를 낸 것은 중국이 티베트의 독립운동을 막기 위해 티베트 문화를 말살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데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통화할 때도 “미국은 신장·티베트·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옹호할 것”이라며 티베트 문제를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을 대표해서 히말라야 지역과 세계 전역에서 ‘로사(Losar)’를 축하하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따뜻한 인사를 건네게 되어 기쁘다”는 말로 메시지를 시작했다. 티베트인들은 음력과 비슷한 티베트력(藏曆)의 1월 1일부터 사흘 간 ‘로사'란 이름의 불교 의식이 섞인 새해 축제를 즐긴다.

‘히말라야 지역'이란 표현은 달라이라마가 이끄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와 그외 중국의 탄압을 피해서 망명한 티베트 난민들이 많은 네팔, 부탄 등을 아울러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티베트 망명정부에 대한 은근한 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티베트의 문화적 유산은 2000년 넘게 번성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그 언어적, 종교적, 문화적 유산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예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당신들의 풍부한 전통은 티베트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오늘을 축하하는 이들 속에 살아있다”면서 “수백 년간 그랬던 것처럼 당신들의 전통은 사랑, 연민, 정의, 용서, 관용과 평화를 계속해서 상징할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은 “우리는 로사 기간 동안 이런 전통을 함께 축하하기를 고대하며 앞으로 다가올 세월에도 수많은 다른 계기에 그럴 것”이라며 메시지를 마무리지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는 음력 설을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춘제(春節)을 뜻하는 ‘중국 설(Chinese New Year)’이란 표현 대신 ‘음력 설(Lunar New Year)’이란 표현을 써서 “음력 설을 축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 코로나 대유행 와중에 우리는 생명과 생계의 상실 외에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군도 주민에 대한 인종차별, 괴롭힘, 증오 범죄란 또 다른 비극을 목도했다”며 “이것은 그저 잘못된 일이며 우리 국민성의 오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사람은 인종, 배경, 종교와 사용하는 언어에 관계 없이 존엄과 존경으로 대우 받아야 한다”며 “그래서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군도 주민에 대한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규탄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했다.

미국 내의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메시지였지만, 중국 일각에서는 동양풍 도자기를 배경으로 붉은 실크에 금실 꽃수가 놓인 쿠션 앞에 앉아 있는 바이든 부부의 모습을 ‘대중 유화 메시지'로 여겼다. 중국외교학원의 리하이동 교수는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 타임스'에 “바이든의 (설)인사는 미국 엘리트들이 미국을 좀 더 이성적 정치로 돌려 놓기 원하며 많은 공동의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대한 증오와 인종차별을 할 이유가 없다는 데 동의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설 전날인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며 중국민에게 설 인사를 한 것도 이런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블링컨 국무장관이 바이든 부부와 같은 날 ‘로사’를 축하하는 별도의 메시지를 낸 것은 미국 측이 꼭 중국을 의식해서 음력 설을 축하한 것은 아니란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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