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금태섭 단일화 '삐걱'..TV토론 놓고 갈등 커지나(종합)
琴 "토론회 무산" 입장문에 安 "일방 통보" 반발
선관위 '1인 1회 토론' 돌발 변수에 안철수 당혹
국민의당 "한 번 뿐인 토론회 금태섭과 하겠다"
'제3지대 단일화' 관심 높아 협상 끈 이어갈 듯
[서울=뉴시스] 박미영 김지은 기자 = 국민의힘 밖의 '제3지대'에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TV토론회를 놓고 이견을 보여 사실상 단일화 첫 단계가 무산됐다.
특히 TV 토론회를 불과 하루 앞둔 14일 양측이 토론회 무산 책임 공방까지 벌이면서 제3지대 단일화 자체가 물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양측은 앞서 3차례의 단일화 실무단 협상을 통해 15일과 오는 25일 2차례 TV토론회를 갖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금 전 의원이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안 대표와의 1차 TV토론회가 무산됐다"고 알렸고, 국민의당은 금 전 의원 측이 사전 논의도 없이 실무협상마저 나오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하는 등 감정 싸움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TV토론회가 무산된 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돌발 변수로 작용했다. 양측이 TV토론회 일정에 합의한 후 선관위는 국민의당 측에 한 후보당 경선에서 TV와 라디오를 합쳐 단 한 번의 토론회 만을 허용한다고 알려왔다.
금 전 의원과의 단일화 후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경선을 치른다는 계산까지 해야하는 안 대표로서는 한 번 허용되는 TV토론회를 금 전 의원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러나 금 전 의원이 이날 오전 실무협상에 나오지 않자 국민의당 측은 금 전 의원과 토론회를 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하고, 실무협상 테이블에 나와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금 전 의원 측은 한 후보당 쓸 수 있는 TV토론회를 이번에 쓰자는 건데, 그러면 우리는 국민의힘과도 해야하는데 다음에 못 쓴다"면서 "그럼에도 다 포용하고 양보하자 해서 금 전 의원과 쓰겠다 전했는데도 그쪽에서 오늘 아침 실무협상에도 일방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그냥 돌아와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내일 토론회를 하기는 쉽지 않지만, 밤 늦게라도 실무협상이 이뤄지면 내일이라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금 전 의원 측은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단지 15일 토론회에 부담을 느낀 안 대표 측의 '명분'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14일 나경원 전 의원과 남산 둘레길에서 걷기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선관위는 20년 전 사례를 갖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당시에는 지상파 밖에 없던 시절이고, 이번 선관위 의견에 대해 각 캠프에서 입장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안철수 대표와 저는 분명 15일과 25일 TV토론회를 갖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랬으면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금 전 의원 측은 또 실무협상을 거부했다는 국민의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금 전 의원 측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실무협상 회의는 상호 협의해서 결정한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국민의당에서 통보한 것"이라며 "오늘 오전 8시30분부터 약 2시간 가량 양측 실무자 대표가 통화를 했고, 통화를 마친 시점에서 물리적으로 11시 회의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한 건데, 일방적으로 불참한 것처럼 말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양측은 방송사 선정, 토론 방식, 의제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 전 의원 측은 의제를 미리 정하고 외워 온 답을 말하는 식이 아니라 후보 간 자유롭고 진지한 공방을 벌일 수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 대표 측은 최소한의 의제와 형식은 갖추자는 쪽이다. 또 두 후보가 선호하는 매체도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금 전 의원은 "저희는 방송사하고 교섭도 해서 약속도 받아내고 했는데 주제나 형식 같은 걸 갖고 논의가 계속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단일화 하기로 합의를 하고도 보름이 넘도록 실무협상만 계속하는 상황이 유감이다.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토론이 열리고 아름다운 경선을 치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금 전 의원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금 전 의원 측이 방송사도 정하고 스케줄도 정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방송사 측을 통해 그런 사실을 알게됐다"면서 "유튜브 등 인터넷도 있고 종편도 있지 않나.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했고 더 논의하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의제와 형식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협의 절차도 중요하다. 한마당으로 여기고 협상에 임해야 하는데 저쪽과 우리가 보는 게 다른 것 같다"면서 "협의 과정과 서로 양보하는 정신이 필요한데 일방적으로, 아님 말고 식으로 호도하는 것 자체가 유감스럽다"라고도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금 전 의원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가 토론을 두려워한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자칫 어렵게 써야하는 한 번의 카드인데 난상토론이 이뤄지면 보는 사람도 어렵다. 그래서 최소한의 형식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 "오랫동안 다양한 토론회를 해오고 자신감을 갖고 있는 분인데 두려워한다니 서운하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만, 양측 모두 '제3지대' 경선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이번 TV토론회 무산으로 단일화 논의를 접기는 부담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기존 틀을 깬 파격적인 방법으로 토론하면서 흥행몰이를 하자는 금 전 의원 측과 국민의힘 후보와의 경선까지 고려해 정형화된 방식으로 신중하게 임하겠다는 안 대표 간의 신경전에서 누가 양보할지가 관건이다.
양 측 모두 협상 재개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15일 토론회가 무산되더라도 향후 일정을 다시 잡고 실무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 안 대변인은 "아직 실무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첫 TV토론회인 만큼 잘 준비해서 아름다운 단일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면서 "단일화 무산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 전 의원도 "저희는 언제라도 진짜 토론이 벌어질 수 있다면 할 생각"이라며 "출마 선언 때 말씀드린대로 야권 후보들이 힘을 합쳐야 된다고 생각하고 안 대표도 같은 생각일 거라 믿는다. 어서 빨리 협의가 이뤄져 토론하고 아름다운 경선이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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