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연주 비밀 담긴 악보집 '눈길'
피아니스트 김선욱도
하이든 소나타 제작 참여
첼리스트 임희영은 '레슨북'
유명 도서 구매 사이트에서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이름을 넣어보면 음반보다 책이 먼저 소개된다. 다만 에세이나 소설 같은 일반적인 의미의 책은 아니다. 연주자 개인의 해설과 해석, 연주 기법 등을 담은 악보집을 낸 것이다.
임동혁뿐 아니라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첼리스트 임희영도 해설 악보집 작업에 참여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담은 악보집을 냈다. 코로나19로 연주 활동이 크게 줄면서 음악가로서 활동 영역을 단순 연주에서 지상(紙上) 레슨까지 넓혀 가고 있는 것이다.
임동혁이 지난해 말 펴낸 악보집 '모망 뮈지코'에는 모두 17곡이 수록돼 있다. 쇼팽 전주곡과 발라드, 슈베르트 즉흥곡, 차이콥스키의 사계 등 모두 임동혁이 애정하는 곡목들이다.
악보마다 임동혁이 직접 감수한 주법 해설, 연주를 위한 조언과 핵심을 담고 있다. 임동혁은 "전공자가 아닌 분들도 보실 수 있게 되도록 어려운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달링(피아노 페달 밟는 기법), 프레이징(선율을 악구 단위로 분절해 연주하는 기법), 아티큘레이션(각각의 음을 정확하게 연주하는 기법), 템포 등 연주의 각 요소에 관한 세심한 조언이 담겨 있어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혼자 연습할 때 느끼는 막막함을 덜어준다. 임동혁의 팬이라면 임동혁 연주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첼리스트 임희영은 지난해 '임희영의 지상레슨시리즈 I -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Op.19'를 출판사 e뮤직비즈를 통해 출간했다. e뮤직비즈는 교보문고, 대한음악사를 비롯한 악보도서관&악보오픈마켓이다.
이 악보 역시 곡 해설과 연주 노하우가 담긴 레슨북이다. 국내에서 첼로 관련 레슨북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레너드 로즈, 폴 토르틀리에, 모리스 장드롱 등 유명 첼리스트들은 레슨북을 출간하며 후대 첼리스트들에게 자신만의 연주 기법을 전수했다.
임희영은 "저도 어려서 그런 책들을 보며 첼로를 배웠다"며 "제 해석이 담긴 저만의 에디션을 만들어 첼로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선호하는 악보출판사로 알려진 헨레(Henle)에서 새로 낸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전집 '55개 소나타와 55명의 피아니스트' 제작에 참여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안드라스 쉬프, 예프게니 키신, 머레이 페라이어 등 55명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이 참여했는데, 김선욱은 '내림마장조 Sonata Hob. XVI: Es2'를 맡아 자신만의 핑거링(운지법) 노하우 등을 담았다.
현역 연주자가 악보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해외에선 이미 보편화돼 있다. 국내에선 중국인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의 해설과 필기 등이 담긴 '랑랑 피아노북'이 판매되고 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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