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환경 연구한다며 32억 예산 퍼준 전력硏

백상경 2021. 2. 14. 16: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외부지원기업 기술검증 허술
자본잠식업체에 '우수'평가
한국전력의 연구개발(R&D) 기관인 전력연구원이 '탈탄소 기술'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실한 관리 감독으로 외부 용역업체에 연구비 수십억 원을 착복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임직원들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재무 상태가 부실한 업체를 우수한 것으로 평가해 연구를 맡기고 이들이 부풀린 과도한 사업비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지급하는 등 태만한 업무 실태가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부·공공기관이 보다 책임 있는 R&D 사업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정부가 2025년까지 16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자칫 눈 먼 돈이 부실 업체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어서다.

14일 한전과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의 '차세대 이산화탄소 분리막 상용기술 개발비 관련 비리 점검' 감사 결과를 각각 공시·발표했다. 지난해 4~6월 특별조사국이 진행한 이 감사에서는 31억5000만원의 연구개발비가 과도하게 산정되는 등 6건의 위법·부적정 사안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한전 사장에게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업체 측의 연구개발비 편취와 사기 혐의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또 부당하게 지급된 연구비 등 39억6000만원을 환수할 방안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전은 2030년까지 배가스(설비, 시설물 등에서 배출되는 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포집·저장·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2016년 5월 관련 기술을 보유한 A업체와 협약을 체결했다. 연구개발비 약 187억원을 투자해 저비용 고효율 분리막 상용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 연구에 나섰다.

그러나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참여 기업 선정 단계부터 부실투성이였다. 전력연구원은 자본잠식 상태로 임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던 A사의 재무 상태를 '우수'로 평가했다.

또 허위로 기재한 보유 기술과 연구 인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사업 수행 능력이 높다고 보고 협력기관으로 선정했다. A사 기술전무 B씨가 관련 납품업체 대표와 짜고 견적을 부풀린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업체에서 써낸 금액을 그대로 반영해 연구개발비 31억5000만원이 과도하게 산정됐다.

전력연구원은 실제로는 행정·회계를 담당하던 직원 5명이 참여 연구원으로 허위 기재된 것도 잡아내지 못했다. 이들의 인건비 5억1000만원은 고스란히 사업비로 잡혔다.

이러한 관리 부실을 방치할 경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그린뉴딜, 디지털뉴딜 등 한국판 뉴딜 사업에서도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한 공공 연구기관 관계자는 "투입 예산이 확 늘면서 연초부터 많은 연구 과제를 발주하고 있는데 상당한 성과까지 만들어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