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버블·에코체임버 폐해 심각" 허위방송 유튜버 꾸짖은 재판부

이낙연 의원 허위사실 방송 유튜버 실형 
정보 왜곡·편향 정보에 갇히는 현상 우려
"극단주의와 정치 혐오주의 부추겨"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색깔론 논쟁을 일으켜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그르치게 할 우려가 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정다주)가 최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7)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쓴 내용이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재판부는 “특정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비방하는 개인방송을 내보낸 행위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것으로 ‘색깔론’ 논쟁을 일으켜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그르치게 할 위험성이 크기에 죄질이 좋지 않다”며 A씨를 꾸짖었다.

A씨는 2019년 7월부터 개인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둔 2월26일 당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 사무실 앞으로 찾아갔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이 후보에게 코로나19 대책을 묻겠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사무실 앞 자신의 차량 안에서 유튜브 채널로 실시간 개인방송을 진행했다.

A씨는 방송 도중 ‘2018. 9. 26 대한민국 국무총리 이낙연’이라는 글이 적힌 방명록 사진 화면을 내보냈다. A씨는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집니다’라는 문구를 근거로 “이 후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간첩, 빨갱이, 주사파다”라는 말도 했다. A씨는 “사람은 얼굴을 믿으면 안 된다. 대선에서 이 자료로 낙선운동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가 띄운 사진 글은 이 후보가 국무총리 재임 시절 호찌민 베트남 초대 주석의 생가를 방문해 남긴 방명록 내용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후보는 쩐 다이 꽝 베트남 제9대 주석의 장례식에 참석해 '위대했으나 검소하셨고, 백성을 사랑하셨으며…'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A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6월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일부 개인방송 진행자의 편향된 정치적 활동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과도한 경제적 욕심 탓에 허위 정보를 담은 자극적 콘텐츠를 제작해 내보낸다는 것이다. 일부 유튜브 동영상 공유 서비스의 부작용으로 정보가 왜곡되고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도 문제로 지적했다.

재판부는 “필터버블(정보제공자가 선별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과 에코 체임버(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만 진실로 느끼는 현상)의 폐해로 가짜뉴스 폭증과 함께 자신의 기존 지식과 다른 정보는 무조건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태도가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적 사안에 대해 그 정도가 심하고, 이는 우리 정치 현실을 극단주의와 혐오주의의 장으로 인도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