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또 '이재명표 기본소득' 반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아"

현화영 2021. 2. 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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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면 우리나라 복지제도를 모두 통폐합해도 월 20만원을 지급하기 어렵다"
 
임종석(사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일 주장하는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자산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자는 것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라는 자기 생각을 밝혔다.

임 전 실장은 14일 페이스북에 ‘혼용과 오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집콕 명절’이 주는 재미도 있다. 모처럼 아내와 둘이 도란도란 술을 한잔했다”면서 “(아내가) 문득 자신은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데 저는 다르냐고 묻는다. 그럴 리가요”라고 운을 뗐다.

그는 “저는 최저임금뿐 아니라 중위층의 임금도 올라야 한다 생각하고, 실업 상태이거나 최저임금 이하의 비공식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 심지어는 노동 의욕이 없는 사람에게도 기본적인 소득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문제는 방법”이라고 전제했다.

임 전 실장은 “일관되게 강조하는 바는 자산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자는 것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점”이라며 “무상급식 논란이 복지 수준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듯이 기본소득 논쟁이 우리 사회의 연대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거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의 발언을 거론했다.

임 전 실장은 “교황께서는 일자리가 없거나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하거나 낮은 수입으로 내몰리거나 하는 등의 예시를 하면서 인간의 존엄을 위해 그리고 기독교적 가치를 위해 보편적 기본 수입을 보장하는 조치를 검토하자고 제안한다”고 했다.

이어 “빌 게이츠의 주장을 요약하면 AI(인공지능)·로봇으로 창출된 이익에 세금을 부과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생활과 소비를 지원하자는 것”이라며 “일론 머스크가 결국 어느 정도 보편적인 기본소득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는 관점 역시 AI(인공지능)·로봇이 점점 못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외에 많은 세계적 명사들이 재단을 만들고 엄청난 기부를 하면서 주창하는 것도 극심한 양극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시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권리와 존엄이 흔들린다는 점, 그리고 이런 상황이 자본주의의 선순환을 위태롭게 한다는 지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 전 실장은 “기본소득 주장에 동의하는 많은 사람이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제에 목소리를 내는 분들의 주장은 번지수가 많이 다르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보유한 자산, 노동 여부, 소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복지제도를 모두 통폐합해도 월 20만원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제도, 실업수당과 아동수당 등을 유지하면서도 기본소득제도를 하자는 거라면 그건 ‘기본’ 없는 기본소득이거나 재원 대책이 없는 탁상공론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본소득 개념이 많이 혼용되고 있다”며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과 자산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균등하게 지급하자는 것은 많이 다를 뿐만 아니라 현실적 수단을 고려하면 충돌하기까지 한다. 건강한 토론을 기대한다”라며 글을 마쳤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임 전 실장은 지난 9일 이 지사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본소득을 지지했다”라고 하자, 다음날 “교황이 제안한 것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생활임금제”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도 그는 8일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이란 말 그대로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빈곤선 이상으로 살기에 충분한 월간 생계비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이 지사가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는 월 5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약 317조의 예산이 소요된다. 월 50만원이 아직 생계비에 터무니없이 부족한데도 이미 어마어마한 규모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는 특히 “기본소득은 알래스카밖에 하는 곳이 없다”고 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사대적 열패 의식”이라며 반박한 이 지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이 지사가 이 대표에게) 많이 화를 내셨다. (이 대표의) 표현이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데 말이다”라며 “그분은 명색이 우리가 속한 민주당의 대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를 향해 “사대적 열패 의식이라는 반격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들린다.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직격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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