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날벼락"..고병원성 AI에 제주 농가들 '살얼음판'

설 당일 제주시 한림읍 오리농장서 산란율 저하 증상
이튿날 고병원성 AI 확진.."번지면 안 되는데" 불안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참 안타깝게 됐죠."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4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한 오리농장.

일찌감치 이 농장 입구에는 '조류 인플루엔자(AI) 차단방역조치로 사람·차량의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안내판 뒤로는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긴급 초동방역을 위해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 농장은 지난 12일 일부 종오리들이 갑자기 산란율 저하 증상을 보여 제주시 축산과에 신고한 이후로 출입과 이동 자체가 완전히 막혔다.

지난 12일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 1차 검사에서 검출된 이 농장의 H5형 AI 바이러스가 이튿날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 검사 결과 결국 H5N8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로 최종 확진된 탓이다.

AI 긴급 행동지침에 따라 이 농장에 있던 종오리와 육용오리 총 6045마리는 1차 검사 결과가 나왔던 지난 12일 밤 모두 살처분됐다. 현재 이 농장에서는 상시 소독만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현장에서 만난 홍상표 제주시 축산과장은 "비교적 신식 시설을 갖춘 데다 그동안 방역·소독도 열심히 해 온 곳인데 참 안타깝게 됐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반경 10㎞ 안 가금농가 55곳을 대상으로도 정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 가금농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2017년 6월 이후 약 3년8개월 만.

농장 인근 주민들과 제주 곳곳의 가금농가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농장에서 2㎞ 떨어진 제주거점소독센터에서 만난 한 주민은 "다른 날도 아니고 설날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이 근방에는 가금농가가 거의 없어 그나마 다행인데 저기 농장주는 지금 얼마나 복장이 터질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제주시에서 오리를 키우는 한 농장주는 "정말 남의 일이 아니다"라면서 "정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설마…' 하는 마음과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뒤섞인다"고 불안감을 표했다.

제주시에서 토종닭 병아리를 키우는 한 농장주 역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검사를 받고 있기는 한데 이번에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나왔다고 해서 설 연휴 내내 가족 모두가 불안해 했다"며 "만일의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제주도는 도내 모든 가금농가를 대상으로 질병 예찰을 실시하는 한편, 산란계 농장 진입 제한, 7일 간의 이동 제한 등의 행정명령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제주도는 행정명령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금농가별로 담당관을 지정해 일일 점검을 실시하고, 이 과정에서 미이행 사례가 적발될 경우에는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취한다는 방침이다.

홍충효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고병원성 AI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해 모든 가금농가는 행정명령과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며 "의심축을 발견할 경우에는 즉시 방역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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