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다운 공약'이 뭐길래..박영선-우상호, 선명성 경쟁 불붙나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장을 던진 우상호·박영선 두 후보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우 후보가 박 후보의 주요 공약을 겨냥해 "민주당 다운 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자 박 후보는 "민주당답다는 게 무슨 말인지 되묻고 싶다"며 반격에 나섰다. 경선 일정이 보름 남은 상황에서 우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박 후보를 향해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훈훈했던 '누나, 동생 사이'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우 후보는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7일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오늘부터 민주당 경선 후보인 박영선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 검증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우 후보는 먼저 "박 후보가 발표한 공약들은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 영역에 머물러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박 후보는 민주당 경선이 보름밖에 남지 않는 지금까지 21분 도시, 수직정원 등 한정된 분야 외에 이렇다 할 방안들이 없다"며 "1000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시장에 나선 후보라면 시정 전반에 걸친 구상을 발표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후보의 대표 공약인 '21분 컴팩트 도시'에 대해선 "21분 도시 공약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민주당 다운 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박 후보가 제안한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에는 '주52시간제 법안에 찬성 투표를 했는데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며 "과거의 발언을 바꾸는 일관성 없는 행보로는 정책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 후보는 박 후보가 서울 창동 차량기지를 방문해 "평당 1000만원 공공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가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비판에 정책을 수정한 사례를 언급하며 "아무리 좋은 정책도 지도자의 신뢰가 무너지면 추진할 수 없고, 주민들과의 협치시정을 통하지 않으면 달성될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우 후보가 박 후보의 주요 공약들을 언급하며 직격을 날린 것은 박 후보와의 지지율 반전을 노린 의도로 풀이된다. 다음달 1일 최종 후보 선출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우위를 점한 박 후보를 꺾을 승부수를 내민 셈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YTN·TBS 의뢰로 지난 7~8일 서울 성인 1016명을 조사해 지난 10일 발표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적합도 조사에서 박 후보 지지율은 26.2%로 1위를 차지한 반면 우 후보는 7.7%로 크게 뒤졌다.(오차범위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이에 우 후보는 '민주당 다움'을 강조하는 '선명성' 강조로 뒤집기를 노리는 모습이다. 이달 초 박 후보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금태섭 전 의원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밝힌 데 대해 우 후보가 즉각 반박한 게 대표적이다. 우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우리 당을 떠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과 대척점에 선 순간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우리가 끌어안고 연대해야 할 대상은 범진보진영"이라고 비판했다.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는 민주당 경선에서 강성 친문(친문재인)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 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박 후보는 쟁점을 만들지 않는 선거방식, '디펜딩 챔피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저는 정책발표회를 쭉 하다가 정치적으론 통합론을 발표했고 오늘 정책검증을 시작한다"며 "정책검증 과정에서 충분히 후보 간 내용이 비교되면 전세를 역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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