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만 덩그러니..껍데기만 남은 현대인의 초상
"부와 권력의 상징은 패션"
인터넷서 의류 화보 골라내
휴대폰 앱으로 사람 지우고
옷 망가뜨리는 작품 만들어
허무한 도시 문명 비판
붓 대신 스마트폰 펜으로 그린 신작 '유령패션' 50점을 전시한 안창홍 작가(68)는 "인간의 유대관계가 단절된 도시 거리에 화려하게 물결치는 옷들이 허깨비 같았다"며 "물질사회의 정점인 패션에서 공허함을 봤다"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라운지에서 열린 디지털펜화전 '유령패션'은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와 존재 가치를 곱씹어보기 위해 작가가 던진 화두다.
머리카락을 보라색으로 염색하고 나타난 그는 "인간이 자기를 드러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패션이며 부(富)와 계급의 상징이기도 하다"면서 "인터넷에서 감각적으로 화려해 보이는 패션 사진을 골라내 인물을 지우고 옷을 망가뜨렸다"고 설명했다.
육신이 빠져나간 옷들은 허무를 표출한다. 옷 위에 물감이 흘러내리거나 튄 것처럼 그려 허망함을 배가시킨다. 인간 욕망의 잔해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재료와 그리는 방식에 호기심이 많은 작가는 디지털 펜으로 이룬 결과물에 만족을 표했다. "화가는 형태로 이야기하고 예술은 소통을 위해 존재해요. 사람들에게 깊고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죠. 그중 하나가 디지털 펜화이며 앞으로 어디로 튈지, 발전할지 저도 모르겠어요. 이번 전시작에 흡족하고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할배(호크니)도 하는데 못할 게 뭐 있나. 수시로 머릿속에서 번득이는 게 많아서 메모를 많이 해뒀어요. 100만원 넘게 주고 산 스마트폰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방법이기도 하고요. 휴대폰은 그림자처럼 옆에 있어서 전철 안에서나 산책하다가, 자다가도 일어나 스케치를 할 수 있죠. 2019년 아라리오갤러리서울, 경남도립미술관 대형 전시 설치 작품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투자해 몸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정신을 가다듬는 일환으로 디지털 펜화를 그렸어요."
기존 패션 사진을 활용하는 데 저작권 문제는 없을까. 그는 "변호사와 상담했는데, 전혀 상반된 조형 어법을 찾아서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답했다.
쉼표가 없는 작가는 요즘 디지털 펜화를 물감으로 풀어내는 유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는 3월 13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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