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알리바바 데자뷔..김범석, 韓 아닌 美 상장 택한 이유
마윈, 뉴욕 증시 성공적 데뷔..쿠팡도 차별화로 경쟁력↑
세계 최고 시장서 아마존·알리바바와 직접 경쟁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쿠팡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국내 아닌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높은 가치 평가와 글로벌 경쟁 등이 이유로 꼽히는데, 일각에서는 알리바바 나스닥 상장으로 ‘재미’를 본 마윈의 행보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쿠팡의 미국 상장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김 의장은 지난 2011년 나스닥에 직접 상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누적적자가 4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가치 평가를 보수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지만, NYSE는 구글·아마존·테슬라 등 기술력이 좋은 기업에 개방적이라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더욱이 굵직한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인 만큼 향후 대규모 자금 조달 등에도 유리할 개연성이 높다.
국내 시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차등의결권이 요인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회사를 운영할 권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도전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차등의결권이란 1주당 갖는 의결권이 다른 것을 의미한다. 김 의장이 보유한 쿠팡의 보통주는 클래스 B로,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갖는 클래스 A와 달리 1주당 29표의 의결권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쿠팡의 결정은 과거 기술력을 앞세워 알리바바를 뉴욕 시장에 상장시킨 마윈 회장의 행보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4년 뉴욕 증시에 입성하면서 1680억달러(185조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전직 영어강사이자 관광 가이드였던 마윈은 이를 통해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마윈은 17명으로 시작해 기술력 하나만으로 전자상거래 업계를 뒤흔든 이후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쿠팡 역시 물류 혁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고 있어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적자라는 부분보다 기술력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쿠팡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271억달러(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누적된 쿠팡의 적자 규모 탓에 244억달러(27조원) 가량일 것이라는 분석부터 예상보다 높은 500억달러(5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마윈이 2000년 ‘6분의 협상’ 끝에 손 회장의 마음을 돌려낸 일화는 유명하다. 마윈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들어 알리바바의 비전을 설명했고, 손 회장은 6분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 손 회장은 투자금 5000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마윈은 현실적으로 2000만 달러를 역으로 제시해 신뢰를 쌓았다. 이후 손 회장은 투자규모를 1억달러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도 손 회장과 연관이 깊은 소프트뱅크·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7억 달러(3조원)를 투자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물류 혁신을 이뤄내며 주목받는 혁신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울러 풀필먼트 서비스와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쿠팡 상장의 최대 수혜자는 이번에도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쿠팡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에 달할 경우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쿠팡 지분 가치는 190억달러(2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알리바바 상장 당시 60조원의 지분 가치를 얻었던 손 회장은 이번 쿠팡 상장으로 다시 많게는 7배의 수익을 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아마존·알리바바 등과 경쟁하면서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세계 최대 시장에 도전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한 마윈 회장 같이 쿠팡도 시장의 큰 관심을 받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상장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추진 대상은 쿠팡 지분 100%를 가진 모회사 쿠팡LCC(미국 법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신청서를 통해 일선 직원과 비관리 직원에게 최대 총액 1000억원의 주식을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는 2025년까지 5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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