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야 '단일화'..오세훈 '돌발 제안'에 금태섭 "토론 무산"
여론조사 1위 후보 安 겨냥한 '우회로' 셈법이라는 분석도
(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국민의힘과 제3지대 '투트랙'으로 경선을 진행하고 있는 보수 야권에서 각 후보진영의 단일화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최종 단일화 방식 논의가 공개적으로 시작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에 밀릴 것을 우려해 우회로를 확보하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3지대 단일화도 위기를 맞았다. 안철수, 금태섭 두 후보의 첫 TV토론회는 진행 형식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무산위기에 처했다.
14일 오세훈 예비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서울시 공동운영'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최종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지 하루만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여론조사가 아닌 정치적 타협에 따른 단일화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 공동운영은) 합의가 돼야 하고 상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보장할 수 없다"며 서울시 공동운영 단일화 방식에 대한 제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오 예비후보가 전날(13일) 꺼낸 이른바 서울시 '연정' 방식의 단일화는 여론조사가 아닌 정치적 협상을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국민의힘과 제3지대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이룬다면 지지층은 여전히 마음을 동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양적 도구인 여론조사를 배제하고 100% 정치 타협에 의해 이뤄지는 단일화를 하나의 모델로 제시한 것이어서 당장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정진석 공관위원장도 이날 통화에서 "오 예비후보의 주장이 정확하게 뭔지 모르겠다"며 "3월 초 일대일 단일화 시도 일정이 공식화돼있기 떄문에 여론조사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예비후보는 결국 "현실적으로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승부가 나는 것이 확률적으로 제일 높다고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협상을 통한 단일화 담판의 여지도 열어뒀다. 과거 안철수 후보가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박원순 후보로 단일화한 것을 사례로 들수 있다.
이 같은 제안은 각자의 경선 준비에 분주한 예비후보들이 오는 3월 시작될 최종 단일화 작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에 대해서 의지가 있고, 진정성이 있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울시 '연정' 논의가 당에서 공식적으로 얘기된 적은 없다"면서도 "제1야당 후보로서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제3지대와의 최종 단일화가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다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의 입장으로 봐달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야권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부동의 1위인 안철수 후보를 경계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번 선거의 필수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은 안 후보의 지지층이 확장성을 가지기 때문인데 바로 이 점은 국민의힘에게 양날의 검과도 같다.
국민의힘 후보가 최종 단일화 경선에서 안 후보를 이겨 야권 단일 후보 타이틀을 따내면 안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의 표심도 끌어올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 이후 제1의 목표로 삼아온 '중도층으로의 외연확장'을 달성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반면 단일 후보가 안 후보로 결정되면 국민의힘은 제1야당이 '3석 정당'의 원외 인사에게 패배했다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김종인 위원장이 최근까지도 줄곧 "최종 단일화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가 될 것"이라고 거듭 공개적으로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도 당 지지세력에게 안도감을 주고 동시에 표를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안 후보는 최근 진행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국민의힘 후보들이 여론조사 방식이 아닌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거치지 않은 단일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진석 위원장은 국민의힘 후보가 될 가능성을 50%라고 봤는데 오 예비후보가 여기에 괜히 주눅든 것같은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안타깝다"며 "우리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밀리면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성하면 될 일이다. 안 후보든 누구든 내년도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높이는 인물이 돼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제3지대 단일화 대상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금태섭 무소속 후보는 TV토론회 형식을 두고 충돌했다.
두 사람은 토론회 무산 원인을 두고 ‘네탓’공방을 벌이며 감정싸움까지 벌이고 있어 단일화가 시작부터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금태섭 후보는 이날 "예정된 토론 일자는 내일(15일)인데 아직까지 실무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며 "안철수 후보와 1차 TV토론을 공지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당초 금 후보와 안 후보는 15일 TV토론회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금 후보를 향해 "실무협상 거부를 철회하고 협상에 임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방송사 선정과 TV토론 형식은 한쪽의 일방적 주장이나 고집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안"이라며 "양측이 조속한 실무논의 재개를 통해 차이점을 극복해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yoo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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