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억년 전 우주 별빛 찾아라..'타임머신 망원경' 10월 발사

이정호 기자 2021. 2. 1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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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주 쓰레기로 인한 재난을 그린 미국영화 <그래비티>는 지구 궤도에 떠 있는 허블우주망원경의 수리 현장에서 시작된다. 두 우주비행사는 몸이 둥둥 뜨는 무중력과 정확한 손놀림이 어려운 두꺼운 우주복 탓에 진땀을 빼면서도 작업을 이어간다. 우주비행사들이 애지중지 하는 허블망원경은 영화적 상상이 아닌 1990년 발사 이후 30년 넘게 활동한 천문학계의 진짜 장비다. 그동안 허블은 무려 100만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 앞에 노후화는 피할 수 없었다. 우주과학계에선 허블망원경의 후계자를 올려 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는데, 그 결실이 최근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제임스 웹)이다. 과학계는 이 망원경이 우주 탄생 직후 생겨난 135억년 전쯤의 별과 은하의 빛을 잡아낼 것이라며, 천문학적 의미의 ‘타임머신’이라는 별칭까지 붙였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임무를 수행 중인 상상도. 금이 입혀진 지름 6.5m짜리 대형 거울 아래에 관측에 방해가 되는 태양열을 막기 위한 테니스장 크기의 차폐막이 펼쳐져 있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허블우주망원경 노후로 차세대 장비 ‘제임스 웹’ 카운트다운
고도의 적외선 카메라 실린 ‘거울’ 관측 능력 최대 100배 향상
‘과거 우주적 변화’ 단서 포착 가능성에 과학계 벌써부터 긴장

■‘왕눈’ 달고 적외선 감지

이달 초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천문학회에 참가한 인사들을 인용해 제임스 웹의 제작이 올해 10월 31일 발사를 목표로 순풍을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웹은 2000년대 초반에 발사하려고 했지만 기술적 문제로 일정이 계속 연기됐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미국항공우주국(NASA) 내부에서의 현장 작업까지 지연됐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발사 때 부서지지 않고 진동을 견디는 고난도 실험을 통과하며 준비에 탄력이 붙었고, 결국 올해 발사를 앞두고 있다. 예산은 88억달러(9조8000억원)가 들어간다.

제임스 웹에는 오랜 담금질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우수한 장비들이 탑재된다. 우선 기대를 모으는 건 거울이다. 제임스 웹의 거울은 지름이 6.5m에 달해 우주망원경으로는 세계 최대다. 허블보다 2.7배나 크다. 망원경의 거울은 별빛을 모으는 눈이기 때문에 제임스 웹은 ‘왕눈’을 갖춘 셈이다. 제임스 웹에는 고도로 발달한 적외선 카메라도 실린다. 허블도 적외선 감지 능력이 일부 있지만, 주로 가시광선을 찍는다. 제임스 웹처럼 적외선을 전문적으로 잡아내면 짙은 우주 먼지 뒤에 숨은 별을 꿰뚫어 볼 수 있다. 특히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는데, 먼 거리에서 날아드는 빛일수록 적외선에 가까워지는 성질이 있어서다. 학계에선 제임스 웹의 총체적인 관측 능력이 허블보다 최대 100배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열 차단 특수 가림막 장착

적외선을 잘 잡아내기 위해 제임스 웹 앞에는 특별한 가림막이 펼쳐진다. 관측 대상이 되는 먼 별이 아닌 코앞에서 날아드는 적외선, 즉 태양열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섯 겹으로 이뤄진 가림막은 테니스장과 비슷한 크기인데, 얇은 특수 플라스틱과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두꺼운 한 겹이 아니라 다섯 겹으로 만든 건 가림막 사이의 진공이 단열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두꺼운 외투 한 벌보다 얇은 겉옷 여러 벌을 겹쳐 입으면 바깥 공기의 영향을 덜 받는 것과 비슷하다.

제임스 웹의 임무 지역은 지구에서 150만㎞나 떨어진 외딴 우주이고 이 때문에 매우 차갑지만, 약한 별빛을 방해하는 태양열 같은 일종의 잡신호를 가림막으로 더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제임스 웹의 장비는 영하 230도 이하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지구에서 6400광년 떨어진 ‘원숭이 머리 성운’을 가시광선으로 찍은 모습(왼쪽 사진)과 적외선으로 찍은 모습 비교. 적외선으로 찍으면 우주 먼지 건너편의 별이 잘 보인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우주의 ‘오래된 과거’ 잡아낼까

제임스 웹이 빅뱅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135억년 전쯤에 나타난 우주 별빛을 잡아내는 데 성공하면 오랜 과거의 사건을 추적해 촬영한 셈이 된다. 우주과학계에서 제임스 웹을 가리켜 ‘타임머신’이라는 별칭을 붙인 이유다. 연로한 부모가 오래된 사진첩을 뒤져 자녀의 수십년 전 과거를 발견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공상과학(SF)영화 <백 투 더 퓨처>처럼 인간이 발디딘 시간을 되돌리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 일어난 우주적 변화를 현재 시점에서 관측할 수 있다는 점은 과학계를 충분히 흥분시킬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웹의 적외선 관측 능력은 외계행성의 대기 성분을 알아내는 데에도 쓰인다. 지구 외에 거주 가능한 행성을 개척하고, 생명체의 존재 유무를 가리는 연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NASA는 “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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