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부실 조사..중국 우한 코로나19 기원설 면죄부 줬나? [특파원+]
2019년 10월 발생 유사 증상 혈청테스트 요구 불허
2019년 12월 발병 초기 로데이터 요청 역시 받지 못해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부실한 조사후 코로나19의 ‘중국 우한 기원설’에 ‘면죄부’를 주는 발표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기원 조사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바이러스 기원을 찾는 데 실패했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WHO, 자료 요청 거부당했지만 결과 발표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WHO 현장 조사팀은 2019년 10월 중국 후베이성 일대에서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한 92명에 관한 의료 기록을 입수한 뒤 이들의 혈액 샘플에 대한 혈청 테스트를 할 것을 중국 정부에 요구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다. 또 조사팀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언제 어떻게 최초로 퍼지기 시작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2019년 12월 초기 발병 사례들에 대한 미가공 원자료(로데이터)와 맞춤형 자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역시 거부당했다.
조사팀이 파악한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한 92명은 폐렴이나 다른 코로나19 유사 증상을 겪었고, 중국 정부 당국이 최근 몇달 동안 이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혈청 테스트를 했으나, 3분의 1은 이미 사망하거나 테스트를 거부했다고 WHO는 밝혔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진화생물학자 조엘 워테임은 WSJ에 “이번 대유행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꿔놓을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WHO 조사팀은 2019년 가을에 후베이성에서 수집된 혈액 샘플을 대상으로 더욱 광범위한 혈청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요구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와 함께 조사팀은 중국 당국에 코로나19 발병 초기 단계였던 2019년 12월 우한에서 확인된 174건의 확진 사례에 관한 세부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대신 중국 정부 관리와 과학자들은 해당 사례들에 대한 자체 분석과 광범위한 요약본만 제공했다.
그러나 조사팀은 과거 시점의 사례를 살펴보는 역학조사의 한 방법인 ‘후향성연구’를 위한 로데이터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얼마나 일찍,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졌는지를 자체 분석할 수 있는 연구다.
중국이 이러한 데이터 제공을 꺼린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원을 찾는 과정에서 중국의 투명성 부족에 대한 국제사회의 염려를 키운다고 WSJ이 평가했다.
WHO는 회원국들에 자료 제공을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도 중국 당국의 협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WHO “모든 가설 열려 있어”+佛 “공식 발병 전 자국서 존재”
이런 가운데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일부 가설이 폐기됐는지 질문이 제기됐다”면서 “모든 가설에 대해 열려 있고 추가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대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초기 상황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제공했고 추가 분석과 연구가 필요한 분야를 알려줬다”며 “우리는 해답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에 2019년 11월부터 코로나19가 존재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간 르몽드는 프랑스 피에르-루이 전염병 및 공중보건 연구소(iPLESP)의 파브리스 카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코호트 사업 일환으로 확보한 혈액 샘플 9144건을 분석한 결과 2019년 11월∼2020년 1월 사이 채취한 13건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6일자 유럽역학저널에 기고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우한에서 2019년 12월 말 코로나19가 발생했다고 WHO에 공식 보고한 시점보다 먼저 바이러스가 프랑스에 발을 들였다는 것이다.
이 13건 중 10건은 2019년 11∼12월 사이에 확보한 혈액 샘플이었는데 이를 두고 카라 교수는 “당시 코로나19 감염률이 인구 1000명당 1명꼴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뒤늦게 확인된 13명 중 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절반 이상이 외국에 여행을 다녀왔거나 질병을 앓는 사람과 접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확인된 프랑스의 첫번째 코로나19 확진 사례는 지난해 12월 말 파리 인근 센생드니의 한 병원에 입원한 폐렴 환자였다.
앞서 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팀도 2019년 11월에 이미 코로나19에 걸린 환자가 있었다는 논문을 영국 피부학 저널에 기고한 바 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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