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형제가 시간 나눠서 귀성" 코로나가 바꾼 설 풍속도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로 명절 모임 꺼려

설 연휴 셋째 날인 13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귀경객들이 기차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설 연휴까지 이어지면서 명절 풍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친척이 다 함께 모여 덕담을 나누기보다는 4인 이하로 만나고, 영상통화로 '비대면 세배'를 하는 가정도 있었다.

■ "신고 걱정에 5인은 피합니다"…명절답지 않았던 명절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4일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예년과 다른 명절을 보낸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 추석에도 '비대면' 명절을 보냈으나 이번 설에는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로 더 '명절답지 않은 명절'을 보냈다는 것이다.

매년 명절이면 세 아들이 모이던 윤모씨(84) 댁은 자녀마다 시간을 나눠 아버지를 찾아뵀다. 세 아들은 각각 11일, 12일, 13일에 귀성했고, 아버지 얼굴만 뵌 채 형제끼리는 보지 못했다.

삼형제 중 첫째인 윤모씨(56)는 "정부의 방역조치를 준수하면서 시골에 내려갈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날짜를 나누게 됐다"라며 "아버지가 홀로 시골에 계셔서 안 찾아뵐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고려해 아내와 자녀는 집에 머물고 당사자만 부모님을 찾아뵙는 경우도 있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김모씨(41)는 "지난 추석에도 못 가서 올해는 부모님을 꼭 뵙고 싶었다"라며 "누가 신고할 수도 있으니까 아내와 아들은 집에 머물렀고 세배는 영상통화로 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설 전후로는 집합금지 위반 신고가 급증하기도 했다. 연휴가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에는 집합금지를 위반한 영업행위와 모임 신고 건수가 2200여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주 같은 기간보다 750여건 늘어난 수치다.

심지어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5인 이상 모이는 시댁을 대신 신고해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는 '집합금지를 위반한 가정을 대신 신고해주겠다'는 거래 상품도 게시되기도 했다.

■ 붐비는 서울 관광지…"명절 스트레스 줄어"
이날 오전 전국 고속도로는 정체되는 구간 없이 원활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고속도로공사는 이날 전국 교통량을 349만대로 예상하며 평소 주말 수준의 혼잡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비교적 짧았던 연휴기간에도 심한 정체가 빗어지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귀성길에 오른 시민의 수가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이 탓에 서울 주요 번화가와 관광지에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기도 했다.

전날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만난 30대 박모씨는 "올해 설은 친척들이 모이지 않아 바람도 쐴 겸 나들이 나왔다"라며 "따듯한 날씨 탓인지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성수역 주변에 이름난 맛집은 모두 붐벼서 자리가 없더라"라고 설명했다.

집합금지로 명절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취업준비생인 30대 신모씨는 "명절이 되면 친척들과 비교되고, 취업이나 결혼 얘기가 나왔는데 올해는 없어서 좋았다"라며 "비대면 명절에도 장점이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두 달여 동안 지속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내일(15일)부터 완화된다. 수도권은 2.5단계에서 2단계로, 비수도권은 2단계에서 1.5단계로 한 단계씩 낮아지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도 완화된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조치는 당분간 유지되지만 직계가족은 주소지가 다르더라도 모임이 허용된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