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갈 데까지 간 LG·SK..미국이 먼저 '발칵' 뒤집혔다

김성은 기자 2021. 2. 1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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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DB


3년차에 접어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세기의 배터리 전쟁'이 LG에너지솔루션이 승기를 잡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항소, 미 연방법원 손해배상 소송의 개시 등 불확실성이 갈수록 고조될 수 있는 상황 속 '이제는 정말 합의해야 할 때'라는 우려들이 나온다. 하지만 양사가 이견차를 좁힐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3조 들여 짓고 있는 SK이노 조지아 공장의 운명은…

지난 10일(현지시간)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제기했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결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부품 등에 대해 '10년간 제한적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제한적'이란 단서가 붙은 이유는 현지 완성차 업체가 공급 차질로 입을 피해를 우려해서다. 포드에 대해 4년, 폭스바겐에 대해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3조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에 1·2공장을 건설중이다. 2019년 1공장 착공에 이어 지난해 7월 2공장도 착공했다. 1공장은 올해 상반기 중 완공, 2022년 연산 9.8GWh(기가와트시) 분량의 배터리를, 2공장은 2022년 완공해 2023년부터 11.7GWh 배터리를 양산한다. 합치면 연간 43만대 분량 전기차에 납품할 수 있는 배터리다.

문제는 ITC가 유예기간을 뒀다 하더라도 각 공장이 생산 개시 후 2년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배터리 공장은 해당 주 역사상 최대 외국인 투자 규모로 손꼽힌다. 이 공장이 최종 완공되면 해당 지역에서만 26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됐다. ITC 판결에 조지아주가 발끈해 행정부에 곧장 의견을 전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로이터에 따르면 브라이언 켐프 미 주지아주 주지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 ITC가 지난 10일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내린 '10년간 제한적 수입금지 명령'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켐프 주지사는 "불행히도 ITC 최근 판단은 SK의 '청정 에너지' 분야 2600명의 일자리창출과 혁신 제조업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예기간을 얻은 포드나 폭스바겐 역시 발등에 불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2022년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에서 ID4에, 2023년부터 미시간주 포드 공장에서 F-150 전기트럭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성명을 내고 "폭스바겐은 두 배터리 회사간 싸움에서 의도치 않은 희생자"라며 "유예기간은 최소 4년으로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두 업체가 법정 밖에서 합의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도 "두 회사의 합의가 미 제조사와 노동자들에 최선의 이익"이라며 양사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외신들에서는 이번 조치로 결국 배터리 공급 부족으로 전기차 소비자 가격 상승을 유도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2~4년의 유예기간을 줬다고 하나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특정 스펙을 맞추는 공급사를 선정하는 데에만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공장을 짓고 실제 물량을 납품하는 시간을 감안했을 때 완성차 업체에 충분한 유예기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양사 모두 합의 원한다고는 하지만…합의금은 '동상이몽'

ITC 판결 이후 양사에 기대할 수 있는 '베스트 시나리오'는 여전히 '합의'다. ITC 판결 이후 60일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여부를 심의, 이 결론이 4월에 나올 예정이지만 그 전에 합의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낮추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데 양사 이견은 없다.

단 ITC 판결 직후 양사는 합의금 등 조건에 대해 여전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합의 과정이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1일 화상회의를 열고 수 차례 SK이노베이션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에너지솔루션은 줄곧 미국 연방비밀보호법에 따른 손해배상 산정 기준을 갖고 임해왔다"며 "협상 금액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할지 말지 여부는 SK 협상태도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사가 구체적 희망 합의금을 밝힌 적은 없다. 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2~3조원대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은 수 천억원 수준의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이 밝힌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면 최대 200%의 책정이 가능하다. 즉 이번 ITC 판결로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 받고 유리한 고지를 점한 LG에너지솔루션이 5조원 안팎의 합의금을 제시할 수 있음을 에둘러 밝힌 셈이다.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없었단 점도 LG에너지솔루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비해 SK이노베이션은 ITC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합리적 조건하에서라면 언제든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할 것임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정유업에 기반한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2조5000억원 상당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데다 전기차 배터리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시점이 빨라야 2022년이 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조 단위'의 합의금 요구는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소리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됐다.

전례에 비춰볼 때 1~2주 내 ITC가 결정문 전체를 공개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실질적 판단이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고 아직 남아있는 절차를 통해 해당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LG 측과 조속히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분간 SK이노베이션은 ITC가 문제 삼은 22개 영업비밀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또 이에 따라 수입이 허용된 제품이 무엇일지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고객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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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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