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 설 폭탄선언 아빠 1600만원 들고 달려갔다
중장년층 고객.. 현찰 일시불 구매도
"2030 차박, 5060 세컨하우스 열풍"
이동주택판매 기획한 최유정 MD
"다음 목표는 편의점서 벤츠 판매"
"엄마 아빠도 심심하지 않을까?"
최유정 BGF리테일 생활용품팀 MD(30)는 설 선물세트를 기획하다 문뜩 이같은 생각이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길이 막힌 20~30대는 캠핑카를 사는데, 50~60대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렇게 등장한 제품이 CU가 설 선물로 내놓은 '이동형 주택'이다. 1600만원이다. '설마'란 생각과 달리 이미 3개나 팔렸고, 1건의 계약이 진행 중이다.
◆ 5060 '땅부자' 현금으로 샀다
CU는 지난달 목조주택 전문업체와 손잡고 이동형 주택 3종을 설 선물로 내놨다. 19.8㎡(6평)규모의 대지에 거실과 침실, 주방, 화장실까지 갖춘 말그대로 '집'이다. 가격대는 935만~1595만원으로 그동안 CU가 선보인 설 선물세트 중 가장 최고가다. "한 개라도 팔면 성공이다"라는 걱정과 달리 하루에도 수십 건의 구매 문의가 쏟아졌고, 한 달 만에 3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구매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50~60대로, 토지를 소유한 지주라는 것이다. 첫 구매자는 충남 보령에서 주말농장을 가꾸는 50대다. 제주도와 강화도에 거주하는 2~3번째 구매자는 '세컨 하우스'로 이동형 주택을 찾았다. 최 MD는 "1600만원 전액 현금으로 결제한 분도 있다"며 "다섯 분은 현장 실사까지 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안타깝게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 2030 차박? 5060은 세컨 하우스!
편의점에서 어떻게 주택을 팔 생각을 했을까. 아이디어는 부모님에게서 나왔다. 아버지의 지인 세 분이 돈을 모아 고향에 이동형 주택을 구매한 것이다. 최 MD는 "땅을 물려받은 어르신들이 농사는 짓기 싫고, 고향에서 휴가를 보낼 세컨 하우스를 찾고 계시더라"며 "중년층에게도 일종의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야영)'이 유행을 끌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목조주택 전문업체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이동형 주택 판매량은 10% 이상 증가했다. 그동안 '농막' 용도의 컨테이너 박스가 주를 이뤘다면, 화장실과 주방을 갖춘 주택을 찾는 구매자들이 늘었다. 왜 굳이 편의점에서 구매했을까. CU가 판매한 이동형 주택 가격은 제조사와 같다. 최 MD는 "이동형 주택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0~60대는 온라인 보다는 편의점이 익숙하다보니 편의점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편의점에서 벤츠 사는 날 온다"
처음부터 성공을 확신했던 건 아니었다. 문제는 높은 가격이었다. 최 MD는 "처음 기획할 때에는 과연 1600만원을 편의점에서 소비할 고객이 있을까 반신반의 했다"고 말했다. 반전은 지난해 추석 설 선물세트 실적에서 나왔다. 매출의 30%가 TV와 냉장고, 밥솥 등 가전 카테고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도시락만 팔 것같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다음 목표는 편의점에서 '벤츠'를 파는 것이다. 최 MD는 편의점업계 최초로 로드숍 브랜드 화장품을 입점시킨 주인공이다. 한 번은 말표 구두약을 가지고 화장품 세트를 만들었다가 쫄딱 망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벽을 깨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최 MD는 "편의점스럽다는 건 껌부터 주택까지 A~Z를 모두 판다는 것"이라며 "편의점을 10대부터 90대까지 전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채널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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