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금태섭 첫 토론회 불발?..삐그덕거리는 제3지대 단일화

[경향신문]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간 TV토론회가 사실상 불발됐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제3지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를 위해 오는 15일, 25일 총 2차례 토론회를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주관 방송사와 토론 방식 등을 두고 양 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첫 토론회부터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 방식을 협상하기 위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태섭 전 의원 측은 14일 기자들에게 공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안철수 후보와 1차 TV토론을 공지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며 “예정된 토론 일자는 내일인데 아직까지 실무협의가 끝나지 않았다. 야권 단일화를 위한 열띤 토론을 기대하신 시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금 전 의원 측은 “저는 애초 설 전에 토론회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고 토론 횟수도 가급적 많이 가질 것을 희망했습니다만 제 입장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측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며 “그러나 단일화 합의를 하고 보름이 지나도록 실무협상만 계속되는 상황에 대해선 유감이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금 전 의원 측은 설 연휴 전부터 토론회를 시작하고, 매주 1회씩 해서 최소 3회에서 최대 4회까지 진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안 대표 측과 조율을 거쳐 2회로 결정됐다.

15일 TV토론회가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는 주관 방송사 선정과 토론 방식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 전 의원 측 실무 협상 담당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우리가 설 전 토론회 그리고 토론회 횟수를 양보했는데, 안 대표 쪽에서 하나의 매체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고 다른 매체랑 할 경우에는 안 대표 측에서 토론 방식을 정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금 전 의원은 공지문에서 “미리 정해진 질문에 외워 온 답을 말하는 식이 아니라 후보 간 치열한 공방만 보장된다면 저는 토론 형식이나 기타 사항에 대한 안 후보 측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 전 의원 측은 “각본대로 하는 것만 아니라면 방식은 수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금태섭 전 의원)후보의 뜻”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실무협상 상황에 대해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만 답했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당초 단일화를 하자는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하면서 실무진 협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실무진 협의 초기에는 토론회 횟수와 시기를 두고 맞붙었고, 이후에는 구체적인 방식을 두고 다시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후발주자인 금 전 의원 측은 최대한 토론회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역전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반면에 선두주자인 안 대표 측은 역전을 당할 수 있는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