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분 도시' 띄운 박영선.."공약 빈약해" 직격탄 날린 우상호
우상호 "21분 도시가 만병통치약?..날카롭게 검증할 것"
[서울=뉴시스] 김형섭 한주홍 김남희 기자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치열한 정책 대결을 예고했다.
박영선 후보가 연일 '21분 컴팩트 도시' 공약 띄우기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우상호 후보가 공약의 빈약함과 구체성 문제를 제기하며 정책검증에 나선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강동구 둔촌도서관 일대를 걸으며 '어게인(Again) 서울을 걷다-21분 컴팩트 도시 체험' 행사에 나섰다.
'서울을 걷다'는 박 후보가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지며 내건 '21분 도시' 공약을 알리기 위해 매주 일요일마다 갖는 현장방문 행사다. 서울 창동과 마곡지구에 이어 강동이 세 번째다.
박 후보의 21분 도시 공약이란 인구 50만명을 기준으로 21분 이내 교통 거리에서 직장·교육·보육·보건의료·쇼핑·여가·문화 수요가 충족되도록 21개의 다핵분산도시로 서울을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강동구는 44.3%로 녹지 비율이 높기도 하지만 이 녹지를 훼손하지 않고 친환경도시 강동을 목표로 지속 발전 가능한 계획도시를 추진하고 있다"며 "강동의 막힌 교통을 뚫고 환승의 불편함을 해소해 에코시티 강동, 그린계획도시 강동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를 위해 우선 지역 지하철 대중교통을 확충하겠다"며 ▲강일동까지 연장하는 9호선의 4단계 추가 연장 ▲둔촌동역~굽은다리역을 직선으로 잇는 5호선 직결화 ▲지하철 9호선을 남양주까지 연결하는 5단계 연장 등을 약속했다.
그는 또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모빌리티 대전환을 선도하겠다"며 "현재 수요에 비해 많이 부족한 서울 시내 전기자동차 급속충전기를 두 배 이상 확대 설치하고 21개 21분 컴팩트 도시에 1기 이상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어 "도시 녹지를 확충해 생태도시 조성에 힘쓰겠다"면서 "서울시의 대표적 도심 녹화 사업인 옥상녹화를 통해 오는 2024년까지 수직정원도시 서울, 1000개의 초록지붕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서울의 공공도서관을 21세기 컴팩트 도시에 걸맞게 개편하고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며 ▲21분 거점도서관 지정과 지역기반 도서관 간의 협력체계 마련 ▲서울도서관(대표도서관)과 21분 거점도서관 간 장서 및 정보서비스 연계 등도 약속했다.
둔촌도서관 방문에 앞서 박 후보는 안중근 의사 사형선거일을 맞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을 찾아 안중근 의사 묘를 참배하고 삼의사 묘, 임정요인 묘역, 백범 김구 선생의 묘도 찾았다.
우 후보는 이에 맞서 국회 소통관에서 '박영선 후보에게 묻다'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어 "박 후보가 발표한 공약들은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 영역에 머물러 있어 오늘부터 날카롭게 정책역량 검증을 시작하겠다"며 날선 정책검증을 다짐했다.
우 후보는 "21분 도시 공약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민주당다운 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박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보름 밖에 남지 않는 지금까지 21분 도시, 수직정원 등 한정된 분야 외에 이렇다 할 방안들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천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시장에 나선 후보라면 시정 전반에 걸쳐 구상을 발표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며 박 후보의 공약에 ▲특정 분야에 국한된 빈약한 공약 ▲주 4.5일제 입장 번복에 대한 신뢰성 ▲협치 서울에 부족한 후보라는 비판 등 세 가지 의문점을 제시했다.
우 후보는 박 후보가 최근 서울역을 방문해 '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주 52시간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하신 분이 느닷없이 5일도 아닌 4.5일제를 주장하고 나섰다"며 "과거의 발언을 수시로 바꾸는 일관성 없는 행보로는 정책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이달 초 창동 차량기지를 방문해 '1000만원 공공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해당 부지는 아파트를 짓지 않기로 전제된 곳'이라는 지역구 의원들의 비판으로 다음날 정책을 철회한 사례도 언급하면서 "서울시 행정은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 구청장, 시의원 등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데 협력과 소통의 도시정책을 펼치기에 부족한 후보가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 후보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지도자의 신뢰가 무너지고 협치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진될 수 없다. 서울시민,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소통할 방안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며 자신의 문제 제기에 대한 박 후보의 답변을 요청했다.
그는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래 TV토론 주간에 본격적인 정책검증을 시작해서 쟁점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다"며 "내일 있을 TV토론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로 미리 어떤 쟁점이 있을지 알려드린 것이고 국민들에게 해명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 후보와의 여론조사 격차에 대해서는 "우리당 경선에서 박 후보는 주로 무쟁점, 무공약으로 쟁점을 만들지 않는 선거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세일 것"이라며 "그러나 저는 초기에는 (열린민주당과의) 통합론을 제기해 왔고 오늘부터는 정책검증을 시작한다. 이런 것들 쌓여있기 때문에 정책검증 과정에서 후보 간 내용이 비교되면 전세 역전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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