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프로바둑기사 스토킹한 40대.. 항소심도 징역 2년

여성 프로바둑기사를 스토킹하며 협박과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재물손괴·건조물 침입·업무방해·협박·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기소된 A(49)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4월부터 1년여 동안 프로바둑기사 B씨가 운영하는 바둑 학원에서 난동을 부리고 학원 외벽에 ‘사랑한다’는 글과 욕설을 수차례 적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4월에는 3일 연속으로 학원을 찾아가 “(B씨가) 나와 결혼할 사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괴롭혔고, B씨의 소식을 알리는 인터넷 뉴스 기사에 ‘고난이 기다린다’는 등 협박성 댓글도 달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심리적 충격과 함께 형사사법 절차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을 느껴 사설 경호원을 고용할 정도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조현병으로 진료받은 기록이 있는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형량이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위험한 물건 등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피고인이 오랫동안 조현병을 앓는 등 정신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현재 구치소에서 약물치료로 증상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판시하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B씨가 지난해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여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청원 글에서 B씨는 “1년 전부터 저의 사업장에 나타나 갖은 욕설과 고함을 치고 있다”며 “교습소에는 초등학생도 다수인데 스토커를 보고 놀라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토로한 바 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