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사찰' 이재수 기무사령관은 결백할까
[경향신문]
“뒤늦게나마 고인(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누명을 벗고 정의를 바로세울 수 있었다.”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지난달 19일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을 불기소 처분하자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보수 정치권에서는 이 전 사령관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전 사령관은 2018년 12월 세월호 유족 사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1일 ‘이재수 전 사령관 죽음은 권력 살인’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 “이제와 결백이 입증됐다. 이 전 사령관 사망은 권력에 의한 살인이고 그 가장 큰 책임자는 문 대통령이다”라고 적었다.
이 전 사령관은 정말 결백할까. 14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검찰의 불기소결정서를 보면, 검찰은 유족이 고소한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만 불기소했다. 이 전 사령관의 ‘직권남용’ 혐의 범행은 불기소결정서에서도 인정했다. 검찰은 불기소결정서 중 ‘인정되는 사실’ 부분에 “국군기무사령관 이재수와 피의자 참모장 김대열, 정보융합실장 지영관, 1처장 손정수, 1처 1차장 박태규, 610기무부대장 소강원, 310기무부대장 김병철은 각 직권을 남용해 기무부대원들로 하여금 세월호 유족들의 동향 등을 파악해 보고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적었다.
이 전 사령관이 세월호 유족 사찰 보고서를 만들어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국방부에 직접 보고한 사실은 검찰도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불기소결정서에 “피의자 김기춘, 김장수, 김관진, 한민구는 국군기무사령관 이재수로부터 직접 보고서를 제공받은 반면, 피의자 박근혜의 경우 직접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음으로 대면 또는 서면 보고서를 제공받았고, 해당 보고서 중 일부에는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도 적었다.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직권남용(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과 ‘권리행사방해(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함)’로 나눌 수 있다. 소강원 소장(전 610기무부대장)과 김병철 준장(전 310기무부대장)이 2019년 12월 직권남용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유족은 이들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등을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검찰 세월호 특수단이 기무사 지휘부를 불기소한 이유는 ‘직권남용’ 범행으로 인해 유족의 권리 행사가 방해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불기소결정서에 “기무사 내부 자료와 구성원들의 진술 등에 의하면 기무사는 진도 팽목항 등에 머물고 있던 유족의 언행을 확인하거나 인터넷 검색 등의 방법을 사용해 유족의 동향과 정보를 수집한 다음 보고서로 작성하고 지휘계통에 따라 보고했다”면서도 “기무사가 유족의 정보를 이용해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후속 조치, 유족의 언행 등을 언론에 유포해 비난 여론을 증대시키는 조치 등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활동을 현실적으로 저해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이 사망해 박근혜 청와대의 혐의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위 보고서에는 세월호 관련 사항 외에 다른 사항도 다수 담겨 있는 바, 이재수 사령관이 피의자들에게 이 중 어떤 내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고했는지, 피의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이재수의 사망으로 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의자들이 본건 범행을 지시 내지 승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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