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의 亞!금융]日 대형은행도 "안쓰는 계좌는 돈 내세요"
"일본 인구 6배인 예금계좌..절반은 쓰지도 않아"
은행 수익성 악화·안 쓰는 계좌 돈세탁 등 악용 우려
韓 씨티은행도 계좌유지비 도입했지만 대부분은 '제외'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쓰지 않는 계좌를 유지하려면 돈을 내세요”
일본에서 ‘계좌유지비’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계좌유지비 도입에 대해 군불을 떼자 일본 빅3 은행까지 올들어 계좌유지비를 도입하는 모양새다.
日 대형은행 “2년간 안 쓴 계좌 유지하려면 돈 내라”
1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달 일본 3대 은행 중 한 곳인 미쓰비시UFJ는 오는 7월부터 2년 이상 입출금 내역이 없는 계좌에 대해 ‘유지비’ 1320엔(1만4000원·세금 포함)를 도입한다.
미쓰비시UFJ는 2년 이상 입출금 내역이 없는 미이용계좌가 있으면 금융소비자에게 먼저 우편이나 메일 등으로 통보를 한다. 통보를 해도 3개월 내 이용을 하지 않거나 해약 수속을 밟지 않으면 수수료를 공제할 방침이다. 단, 미쓰비시UFJ은행은 혼란을 막기 위해, 기존 계좌는 제외하고 2021년 7월 1일부터 개설된 계좌에 한해서만 이 같은 조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실제로 계좌유지비가 적용되는 시기는 20221년 7월에서 2년 지난 후, 다시 3개월의 통보기간을 거친 2023년 10월께인 셈이다.
산케이비즈니스는 “계좌를 쓰지도 않으면서 1년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나 시스템 비용 등이 일 년 한 계좌 당 1200엔 가량”이라며 “일본은행에 따르면 일본 내 개인 예금 계좌 수는 인구의 6배인 7억6000만개인데, 이중 절반이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3대 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역시 오는 4월부터 2년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잔고가 1만엔 이하인 계좌에 대해 유지수수료를 도입하겠다고 이미 지난 해 밝힌 바 있다. 미쓰이스미토모는 2년 이상 거래가 없고 잔고가 1만엔 미만인 계좌는 전체 중 17%에 달하는 45만개 정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인터넷뱅킹 전용 계좌로 설정하면 이 계좌유지비를 제외하기로 했다.
나머지 3대 은행인 미즈호 은행은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5년째 마이너스 금리에 수익성 악화한 일본 은행
일본 내 계좌유지비 불씨를 당긴 곳은 일본은행이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후 1년 뒤인 2017년 나카소 히로시 전 일본은행 부총리는 “적정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은행이 예금계좌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2019년에는 일본은행 내 심의위원인 스즈키히토시도 이미 마이너스 금리인 기준금리에서 더욱 인하될 경우, 계좌유지비를 부과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이후, 은행들의 주요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축소돼 경영난이 심각해진 탓이다.
또 장기간 거래가 없는 계좌는 주로 돈세탁 등의 범죄 대상이 될 수 있어 은행으로선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관리 대상이란 점도 계좌유지비 신설의 한 근거였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계좌유지비를 이미 도입하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이후 수익성이 비교적 좋지 않은 리소나은행, 홋카이도은행 등 일본 중형급 은행이나 신탁 등이 계좌유지비를 받아왔다.
하지만 일본 빅3 은행은 계좌유지비를 검토하긴 했으나, 고객의 반발 등을 우려해 각종 논의를 이어가다 올해 계좌유지비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실제 계좌유지비에 대해 은행들의 경영악화를 금융소비자에게 떠넘긴다는 비판도 크다. 일본은행 역시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직접 2016년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후 “개인들의 저축액이 줄어드는 식의 마이너스 금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각종 수수료가 도입되면 실질적으로 예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후지시 코이치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 내에서는 정부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후, 결국 그 부담을 국민들에게 이를 전가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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