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퇴직 20년 지나 난청 진단..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15년 가까이 광부 재직 후 만 80세 넘어 난청 진단
"소음 노출 후 10년 내지 15년일 때 최대 청력손실"

강원 정선 신동읍 함백탄광기념공원에 보존돼 있는 자미갱 전경. 2016.10.26/뉴스1 © News1 하중천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광업소(탄광)에서 15년 가까이 근무한 사람이 퇴사 20여년 후 받은 난청 진단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남기용 판사는 최근 A씨(87)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78년 7월부터 1993년 5월까지 채탄선산부 등으로 근무했던 A씨는 만 82세인 2016년 9월 병원에서 난청 진단을 받은 뒤 광업소에서 근무하면서 노출된 소음으로 인해 병이 생겼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신청을 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8월 "난청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미흡해 장해등급 기준에 미달된다"며 장해급여를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A씨가 심사청구를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1월 "소음작업장을 떠난 지 2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난청을 진단받았고, 근무 당시 또는 퇴사 직후 청력저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청력검사 결과 자료가 없다"며 기각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6년 진단 당시 A씨의 나이가 많은 점, 특별진찰 소견에 의하면 2015년 및 2016년 검사결과 차이가 심하고 부분적인 뇌간유발반응검사에서 위난청 소견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해볼 때 과거 소음작업장 근무이력과 현재의 청력 상태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광업소에 근무하면서 노출된 소음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이 맞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가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의 소음노출기간을 현저히 초과하는 기간 동안 인정기준인 85㏈을 초과하는 소음이 노출됐다"며 "소음에 노출된 후 10년 내지 15년일 때 최대 청력손실에 이른다는 것인 일반적인 의학적 견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청력검사 결과가 병원에 따라 달랐으나 "A씨의 연령 등을 고려하면 검사 순응도가 높지 않아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광업소를 퇴사한 때로부터 22년 이상 지난 이후에 난청 진단을 받았던 것이 노화의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소음성 난청 초기에는 일상생활에서의 흔히 접하지 않은 고음역대 청력저하가 이뤄져 자각할 수 없는 점, 광업소에서 노출된 소음의 정도와 기간 등에 비춰볼 때 업무와 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