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까지 두 달, 그동안 일어날 일들
여당은 당내 경선 '친문 경쟁'
역대 가장 조용한 선거가 다가온다. 2021년 4월7일 재보궐선거다. 재보선에 대한 낮은 주목도, 정치 싫증, 선거 피로, ‘회전문 후보자’의 식상함에 코로나19 속 ‘대화 실종’까지 더해진 결과다.
당분간은 가족·친구와 모일 수 없으니, ‘정치 대목’이라는 설 명절에도 조용한 선거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감정 상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지만, 여론 형성과 시민 대표 선출이라는 선거의 효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이번 설에는 만날 수 있는 몇 명하고라도 선거 이야기를 마구 나눠보자. 풍성한 ‘대화’ 상차림을 위해 명절에 만날 수 없는 가족과 친구의 마음을 <한겨레21>이 먼저 들었다. 새로 시장을 뽑는 서울과 부산에서 유권자들을 만났다. 다양한 갈래의 이야기를 모으니, 유권자의 마음이 2021년 재보선을 넘어 2022년 대선에서 어디로 향할지 어렴풋이 보이는 듯도 하다._편집자 주
2011년 8월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보궐선거가 확정됐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지 이틀 만이었다. 서울시장 후보로 20명 넘는 여야 정치인이 거론됐다. 정치권 밖에서 ‘청년 멘토’로 불리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도 호명됐다.
숨 가쁜 단일화가 이어졌다. ‘안철수의 양보’와 ‘박원순-박영선’ 경선 끝에 ‘나경원 대 박원순’ 구도가 만들어졌다. 두 후보는 거센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받으며 막판까지 초접전 승부를 벌였으나 결국 박원순 후보가 승리했다. 10월26일이었다. 이 모든 일이 두 달 만에 이뤄졌다.
2021월 4월7일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설 연휴로부터 두 달쯤 남았다. 그 기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예측과 전망을 모아 ‘선거 시나리오’를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을 뿐.
2월 여는 4강, 야는 8강·4강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예선전에 뛰는 선수는 많지 않다. 집권 5년차인 문재인 대통령이 40%대 안팎의 단단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압승했던 2020년 4·15 총선 때보다는 선거 지형이 여당에 불리해진 영향이 크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치러지는 이번 보선에선 여당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정권을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보다 높거나 엇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2020년 총선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구도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선거고, 시기적으로도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시작되는 해에 치러지는 선거다. 그러다보니 ‘여당 평가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전체적으로 야당에 유리한 선거다.”
서울에선 ‘삼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재수’ 우상호 의원의 재대결로 치러진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당내 경선(박원순 전 시장 1등)에서 박 전 장관이 우 의원을 이겼던 것처럼, 이번에도 여러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누님’과 ‘아우’ 사이 대결은 점잖지만 ‘친문(재인)’ 경쟁은 뜨겁다. 100% 국민 여론조사로 최종 후보를 뽑는 국민의힘과는 달리, 민주당은 권리당원 투표 50%와 국민여론조사 50%로 선출해 ‘당심’이 관건이다. 부산에선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변성완 전 부산시 권한대행과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에 견줘 강세를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원자들이 몰린 국민의힘은 예선전을 두 번 한다. 1차 예선전(예비경선)에서 4명을 추린 뒤 2차 예선전(본경선)에서 최종 후보를 뽑는다. 8명이 나온 서울에선 ‘2강’(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시장)과 ‘1중’(조은희 서초구청장)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2강 순위는 서로 뒤바뀌기도 한다. 보수 적자를 내세운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중도·보수 이미지의 오 전 시장은 무당층과 젊은층에서 상대적으로 좀더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서울보다 정권심판론이 더 거센 부산의 1차전도 치열하다. 6명 예비후보에서 선두인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이 2위인 이언주 전 의원을 멀찍이 앞섰지만, 3~6위 후보들이 ‘컷오프’(후보 압축)를 통과하려 접전을 벌인다.
2011년과 달리 뚜렷한 인물도 구도도 바람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정당 후보의 선출 기준은 ‘본선 경쟁력’이 될 거란 관측이 많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의 설명이다. “이번 선거는 사람(인물)보다는 지지층 선거가 될 것 같다. 그것도 정확하게 말하면 여당 지지층과 반여당 지지층의 대결이다. 1년 뒤 대선이 있기도 하지만 (각 정당) 후보군이 매력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 대한 기대가 있다기보다는 철저한 (본선) 승리 가능성만 보고 지지층이 (최종 후보로) 밀어줄 것으로 보인다.”
3월 야당의 준결승, 안 대표는 드디어 단일화에 성공할까
야권 준결승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다. 야권 단일후보를 뽑기 위한 준결승 역시 두 차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제3지대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자(1차 단일화 경선)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자와 다시 맞붙는(2차 단일화 경선) 방식이다. 2011년 박영선 민주당 최종 후보(1차 단일화 경선)가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 박원순 후보(2차 단일화 경선)와 재대결했던 구도와 비슷하다.
세 번째 서울시장 도전에 나서면서 ‘반문 연대’를 들고나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 후보들이 함께하자”며 이번 단일화 논의를 주도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정도가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아직 단일화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론 흐름을 볼 때 대선주자인 안 대표의 승리가 유력하다.
준결승 2차전이 결국엔 성사될 거라는 데는 상당수 전문가가 고개를 끄덕인다. 3자 구도 ‘필패론’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자 구도에서도 국민의힘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여야 ‘일대일 구도’에서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지는 가상대결 결과가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이 목표로 내건 ‘3월 초 단일화’는 훌쩍 넘어설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의 전망이다. “‘왕중왕전’을 앞두고 (안 대표가) ‘단일후보로 선출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할 거냐’ ‘입당한 다음에 단일후보로 선출할 거냐’와 같은 샅바싸움이 길어질 것이다. 그러면 단일화는 3월 초가 아니라 3월 말이나 돼야 할 거다. 단일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
어렵게 2차 단일화 경선이 열리더라도, 안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후보와는 물론 민주당 후보와의 양자 가상대결에서도 앞서는 안 대표는 민주당에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꼽히지만, 여전히 거대 정당의 뒷받침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제3지대를 추구해온 안 대표는 2011년에는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고 2018년에는 독자 후보로 나섰다가 3위로 패배한 경험이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의 분석이다. “지금 (2차 경선) 단일화를 하면 안 대표가 될 수 있는데 한 달 후에는 (보수 결집 효과로) 나경원, 오세훈, 조은희 중 누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더라도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다. 안 대표 지지율의 절반 이상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오는 만큼 (국민의힘 후보가) 하나로 결정되면 그 층에서 안 대표의 지지율이 빠지면서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 반면 윤태곤 실장은 “이번 선거는 여당 지지층과 반여당 지지층 간의 선거라 (제3지대인) 안 대표에게 조건이 과거보다는 조금 괜찮다”고 말했다.
여당은 야권 단일화를 ‘정치공학’이라 견제한다. 그러나 여권에서도 단일화 논의는 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우상호 의원이 민주당 최종 후보로 선출되면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서로 합의했다. 다만 같은 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봉주 전 의원은 민주당과의 단일화 대신 ‘당 대 당 통합’을 주장한다.
4월7일 투표일 웃게 하는 건 지지자의 투표율
결선은 ‘대통령의 선거’이기도 하다.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을 긍정 평가한다’는 응답과 ‘보선에서 여당을 지원하겠다’는 응답이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추미애-윤석열’ 갈등 후폭풍, 부동산 가격 폭등,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말연초에 취임 뒤 최저치로 떨어졌으나, 1월 중순 들어 반등했다. 정권심판론으로 반사이익을 누렸던 국민의힘이 새로운 의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실력 부족’을 드러낸 결과다. 선거 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여러 선거 연구를 보면, 선거 과정에서 지역 공약이 이슈로 크게 부각됐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유권자의) 선택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결과가 많았다. 부산에서 여야 모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약속한 것처럼 결국 공약은 수렴되기 때문이다. 보통 지방선거는 ‘선거 시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변이 없으면 정권 초는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에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이, 중간이면 심판하자는 여론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이관후 연구위원)
결국 문재인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원 혹은 심판하려는 유권자를 여야가 얼마나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휴일이 아닌 평일에 이뤄지는 보선 투표는 ‘스윙보터’(중도층·무당층)보다 지지층의 참여율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보수·진보가 총집결했던 2011년에도 투표율은 48.6%로, 2020년 총선(66.2%)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서울에선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지지자였던 20대, 50대 유권자의 투표율이 관건이다. “21대 총선에서 확인됐듯이 서울 정치 지형은 진보 우위다. 코로나19 속 ‘언택트 선거’에 민주당이 우세하기도 하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도 민주당이 압도적이다. 절대 야권에 유리한 선거가 아니다. 다만 투표율이 포인트다. 핵심 지지층인 30, 40대는 반드시 투표할 거다. 그런데 (스윙보터인) 탈이념, 탈진영 성향의 20대 초중반 남성, 50대 중반 유권자는 기권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이 대거 기권하면 민주당에 비상등이 켜지는 거다.”(엄경영 소장)
그래서 4월7일 누가 웃을까. 전문가들은 말을 아낀다. 익명을 전제로 부산에선 국민의힘이 우세하다는 관측을 대부분 내놓는다. 서울에선 ‘여당 승리’와 ‘야권 승리’로 예측이 갈린다. 누가 되더라도 초박빙 선거가 될 거란 뜻이다. 물론 이 모든 예측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두 달이나 시간이 남았으므로.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표지이야기 - 4.7 민심 르포 연결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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