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들 "코로나 대책은 '가둬놓기'뿐..우리도 사람입니다"

이보라 기자 2021. 2. 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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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일러스트


“저는 OO교도소 0000번 OOO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거리두기 3단계로 면회, 전화, 운동, 목욕 등이 금지됐습니다. 다시 말해 방에 가둬놓는다는 의미입니다. ‘가둬놓기 3단계’라는 거지요.”

지난 1월 코로나19가 교정시설까지 확산된 뒤 수용자 A씨가 경향신문에 편지를 보냈다. A씨는 5.5평짜리 방에 다른 수용자 7명과 함께 산다. 자신이 사는 방을 “9명까지 차면 반듯하게 누워 잘 수 있지만 10명이 되면 옆으로 잘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월 교정시설 내 거리 두기 3단계 조치로 운동이 금지되자 방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지도 못했다. 거리 두기 조치로 운동과 목욕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밖에 다른 수용자들은 추위에도 내복도, 이불도 살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거리두기 조치로 물품 구매에도 차질이 있었다. 수용자들은 아파도 진료를 받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죄 짓고 교도소에 들어와 편한 생활하기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인권을 바랄 뿐입니다.” 수용자 B씨의 말이다. 시민들은 코로나19로 쉽사리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자신의 일상을 ‘감옥살이’에 비유했지만 수용자들의 상황에 비할 수는 없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말부터 1월 교정시설 내 거리 두기 3단계 조치 당시 전국의 수용자들로부터 편지 10여통을 받았다. 편지를 통해 거리 두기 조치 당시 코로나19가 덮친 감옥에서의 삶을 전한다. 14일 현재 서울동부구치소·남부교도소·청주교도소 등 일부를 제외하고 거리 두기 3단계는 해제된 상태다.

■좁아도

많은 수용자들이 편지에서 토로한 문제는 과밀수용이다. 좁은 방에 많은 인원이 모여 생활하는 상황에서 거리 두기 조치로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해 괴롭다는 것이다. 과밀수용은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를 키운 요인이기도 하다. 수용자 C씨는 경향신문에 보낸 편지에 본인이 살고 있는 방을 그림으로 그려 보였다. ‘가로 340cm, 세로 190cm.’ 그가 사는 방의 크기라고 했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방 안에선 서로 이동하는 것도 매우 어렵죠. 정지 상태로 제자리에만 있어야 해요.”

A씨도 이렇게 편지에 적었다. “5.5평에 9~10명은 예사죠. 이렇게 좁은 공간에 사람을 구겨 넣으니 사람간 마찰이 빈번해요. 싸움의 주 원인은 먹는 거, 입는 거, 자는 거, 화장실 쓰는 거…. 극히 사소한 이유로 싸움이 생겨요. 마찰을 일으킨 사람들은 독방수용 징계를 받게 되죠.”

법무부 교정본부의 2020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2011~2019년 중 2012년을 제외하고 교정시설 1일 평균 수용 인원은 수용 정원을 초과했다. 지난 2019년 교정시설 정원 대비 수용률은 113.8%였다. 수용 정원 자체도 애초에 과다하게 설정됐다.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은 2.58㎡(약 0.7평)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교정시설에선 다른 시설로 비확진 수용자들을 이감한다. 그렇다 보니 일부 교정시설에선 과밀수용 정도가 더 심화된다. “여러 곳의 교정시설에서 사동 1~2개를 전부 비운 뒤 다른 구치소의 이감자들을 격리 수용하고 있어요. 기결수의 방에는 더한 과밀수용이 돼 피해를 받고 있어요.” 수용자 D씨의 말이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불필요한 구금을 줄여 들어오는 인원을 줄이고, 가석방·형 집행정지를 늘려 나가는 인원을 늘리는 식으로 수용 인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1월 교정시설 내 거리 두기 3단계 조치 당시 전국의 수용자들로부터 편지 10여통을 받았다. 이보라 기자


■걷고 싶어도

밀폐된 공간에서 사는 수용자들에게 하루 한 번 걸을 수 있는 운동 시간은 가장 소중하다. 당시 거리 두기 조치로 대다수 교도소에서 운동이 금지됐다. B씨는 이렇게 썼다. “접견, 교육, 작업은 기대하지도 않아요.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고 좁은 방에 10명씩 먹고 자고 씻고 생활시키면서 왜 넓은 운동장에 하루 30분 운동하는 것은 못하게 하나요?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거리를 두고 넓은 운동장에서 30분 만이라도 운동하는 게 좁은 방 안에서 10명씩 있는 것보다 좋지 않을까요?”

수용자들이 사는 방에는 온수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번 온수 목욕 시간이 주어지지만 당시 거리 두기 조치로 이마저도 중단됐다. A씨는 말했다. “온수 목욕이 금지돼 찬물로 샤워, 세수, 머리 감기를 하고 있습니다. 찬물의 강도가 아마 밖에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살이 찢어지는 수준이에요.”

수용자 E씨는 운동·목욕 금지에 따른 스트레스로 수감자 사이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동안 비좁은 공간인 방에서만 지내야 되는 상황인데 함께 지내고 있는 수용자들에게 폭력 사건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죠. 우울증이나 극단적 선택까지 이르게 될 가능성도 있어요.”

서울남부교도소. 우철훈 선임기자


■사고 싶어도

B씨는 편지를 이면지에 써서 보냈다. 당시 거리두기 조치로 각종 물품 구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깨끗한 편지지에 내용을 적어서 보내는 것이 예의이지만, 이 곳 사정상 3달째 물품 구입을 못했어요.” 해당 교도소에서는 2주일에 한 번 라면과 커피 딱 두가지만 구매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방에 수세미가 없어서 수건을 찢어서 설거지하고, 화장지가 없어서 물로 씻었다”고 했다.

“교도소는 난방도 안 돼서 너무 추워요. 한낮에도 방에 앉아 있으면 손발이 시리고 코 끝이 차가울 정도예요. 이렇게 추운데 속옷이나 내의 정도는 구매할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수용자 F씨는 “이불과 의류도 사지 못하고 있다. 식품도 구매가 안 돼 수돗물을 식수로 먹고 있다”고 했다.

거리 두기 조치로 진료도 받기 어려워졌다고 수용자들은 주장했다. 심장병과 고혈압을 앓고 있는 G씨는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혈압이 250 이상 나와요. 심장도 아픈데 약한 진통제만 처방해줍니다. 너무 힘들어 누워 있으면 병동 근무자는 일어나 앉으라고 얘기해요.” 지병이 있는 수용자 F씨도 이렇게 썼다. “수용거실(방)에서 3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증상으로 인해 여러 번 쓰러졌습니다. 함께 수용된 수용자가 비상벨을 눌러 의무과를 요청해도 코로나19 때문에 근무자가 없다고만 했습니다.”

편지를 보낸 수용자들이 바라는 건 운동과 목욕, 물품 구매, 난방 등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것이었다. 최소한의 인권 보장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E씨는 “교정시설 밖에서 지내시는 일부 시민 분들은 수용자들을 사회의 악이라고 생각을 하고 거리를 두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수용자들도 인권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7일 이후 교정시설에서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거리 두기 3단계인 일부 교정시설을 제외하고 대부분에선 목욕과 운동 등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교정시설 내 수용자 처우는 방역 당국의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한한다. 감염병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거리 두기 단계가 완화되면 수용자 처우도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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