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불붙은 기본소득 논쟁..대선 어젠다 경쟁 막 올랐다

윤민영 2021. 2. 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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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쏘아올린 기본소득 논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주요 대권주자들이 여론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 지사에게 집중적으로 견제구를 던지고, 기본소득과 경쟁할 복지 구상을 내놓으면서 1년여 남은 내년 대선을 향한 전초전이 벌써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방현덕 기자입니다.

[기자]

기본소득, 요즘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죠.

모든 국민에게 아무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국가가 계속 준다는 개념입니다.

이 기본소득을 놓고 유력 대권 주자 사이에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기본소득을 자신의 전매특허로 삼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입니다.

예산을 아껴 분기마다 25만원씩 연 100만원을 주고, 나중엔 세금을 올려서, 10년 후쯤엔 기초생계비 수준인 월 50만원, 한 해 600만원을 주자는 겁니다.

4인 가족이면 연 2400만원이 기본소득으로 지급되는 거죠.

<이재명 / 경기도지사(지난 1월)> "경제적 풍요를 우리 국민 모두가 최저한도로 누릴 필요는 있다, 누릴 때가 됐다…기본소득을 소액부터 조금씩 늘려가며 지급하면…경제 활성화 효과가…"

코로나19로 국민 모두 고통받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보편복지 주장, 눈길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경쟁 주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현실성이 없다, 포퓰리즘이다,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마치 이 지사를 둘러싸고 협공을 퍼붓는 듯한 모습입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 "알래스카를 빼면 하는 곳이 없다"고 직격했죠. 정세균 국무총리도 마찬가집니다. 성공한 나라가 없다는 겁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스위스의 기본소득 국민투표 부결 사례를 들어 반대를 분명히 했습니다.

야권의 비난은 더욱 거셉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묶어 '매표행위',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고, 원희룡 제주지사도 가세했습니다.

<원희룡 / 제주지사(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약장수 같은 얘기고요…소득주도성장의 허경영식 선동판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사대주의 열패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황도 기본소득을 지지한다"며 외국 사례를 들은 경쟁 주자들을 정면 반박하고, 국민의힘을 향해선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을 넣어놓고도 반대만 하는 등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기본 없는 기본소득', '갈비 없는 갈비탕'이라 비판했습니다.

여기에도 "교황의 뜻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보편임금이다", "경제를 고려하면 사치스러운 논쟁"이란 재반박이 나오며 공방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이런 난타전, 이재명 지사가 현재 대선 레이스 선두를 달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일각에선 사실상 내년 대선을 겨냥한 '복지 어젠다 경쟁'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2022년 3월 9일. 이제 1년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표심은 과연 어디로 흐를까요?

여러 해석이 있지만, 당면한 코로나19 극복뿐 아니라 코로나가 할퀸 뒤 남은 양극화, 즉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나름의 비전을 보여주는 후보가 주목받을 거란 게 전문가들 예상입니다.

이재명 지사로서는 이에 대비해 기본소득 어젠다를 일찌감치 선점한 셈입니다.

<김형준 / 명지대학교 교수> "이슈 선점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이재명 지사가 선점한 것은 맞아요…(다른 주자들 입장에서는) 기본소득과 같은 복지가 아니라 다른 걸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다른 주자들도 가만있을 수 없죠.

이재명 지사를 견제하면서 기본소득과 경쟁할 자신의 복지 어젠다를 띄우려는 시도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일단 민주당 이낙연 대표, '국민생활기준 2030'이란 새 복지제도를 발표했습니다. 삶의 각 영역에서 '최저기준'을 넘어 '적정기준'을 지향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낙연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2일)> "2030년이면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할 것입니다. 복지도 역시 국민생활기준 2030을 통해 선진국에 어울리게 완성될 것입니다."

정세균 총리, 방역사령탑으로서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추진하고 있죠. 코로나 이후의 어젠다 역시 선별복지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세균 / 국무총리(지난 4일)> "피해가 큰 경우에는 좀 더 지급하고 피해가 작으면 덜 지급하고, 그리고 넓게 얇게 지급하는 것보다 좀 좁게 두텁게 지원하는 게 옳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이른바 'K-복지' 구상을 내놨습니다. 필요한 부문에 사회 안전망을 더 두텁게 하는 중부담·중복지 정책입니다.

<유승민 / 국민의힘 전 의원> "빈부 격차나 소득 격차가 K자 형태같이 벌어지기 때문에…K자형 양극화에 맞는 복지를 하기 위해서는 아래로 더 처지고 더 어려운 분들을 더 두텁게 사각지대 없이 도와드려야…"

원희룡 지사는 이른바 '안심복지' 정책을 준비 중입니다.

지난해 SNS에 '복지의 원리'란 책을 소개하며 주요 개념을 예고했는데요, 한정된 자원을 실업, 질병, 육아 등 적재적소에 충분히 지원해 복지와 고용의 선순환을 만들겠단 내용입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인 복지 어젠다 경쟁.

오는 4월 재보선이 끝나고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불꽃이 튈 전망입니다.

특히 지원 대상과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논의의 초점이 증세 여부로 흐를 수 있단 전망도 있습니다.

내년 대선, 인물도 중요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공약 대결이 펼쳐질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어떤 어젠다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끝까지 살아남을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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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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