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 놀란 IT업계, 너도나도 '상생'

손인해 기자 2021. 2. 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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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절반 기부 '깜짝 발표' 김범수에 'SME' 23번 언급한 한성숙
라이더·식당업주 여론 달래기 힘 쏟는 배민..지난해 813억 지원
김범수 카카오 창립자 및 의장. (카카오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IT업계에 '상생' 바람이 불고 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깜짝 발표'했고,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최근 실적발표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콜(전화회의) 모두발언에서만 중소사업자(Small and Medium Enterprise)를 뜻하는 'SME' 단어를 총 23번 언급, SME와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여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수혜를 본 기업의 이익을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자영업자에 나누자는 '이익공유제'가논의되면서 대표적 코로나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IT기업들이 '선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김 의장이 최근 밝힌 '재산 절반 기부' 계획을 추진하는 방식에 대한 내부 논의 절차를 구상하고 있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 8일 카카오 임직원 6000여명이 들어가 있는 사내 카카오톡 채널 '카카오 공동체 타임스'를 통해 재산 기부 의사를 밝히며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다. 구체적 플랜은 크루 여러분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드리며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 드리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김 의장 재산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만 10조원이 넘는다.

구체적 계획을 내놓진 않았지만 업계는 김 의장이 자선단체가 아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활동가에게 직접 후원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장의 이러한 구상은 이미 카카오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 산하 사회공헌 재단 '카카오임팩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이끄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 선정 결과를 이달 공개, 최종 대상자에겐 2년간 월 200만원을 지원한다. 2018년 설립된 카카오임팩트 재단은 김 의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달 김 의장이 직접 참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신설, 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해 투명한 기업경영 의지를 표명하고 환경과 사회문제 해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네이버 제공)© 뉴스1

국내 양대 IT기업의 또 다른 축인 네이버도 자사 플랫폼 사업 파트너인 SME와 상생에 방점을 찍고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8일 작년 4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의 2020년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네이버의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해 일상의 단절로 인한 이용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개인 창작자, SME들과 새로운 성장 기회를 함께 함으로써 그간 강조해 온 연결과 상생의 철학 하에 의미 있는 성장을 실현한 한 해"라고 정의했다.

네이버는 특히 자사 쇼핑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자금회전을 돕기 위해 기존 '배송완료 이틀 후 무료 정산'에서 '배송완료 다음날 무료정산' 서비스를 도입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문턱을 기존 3개월 연속 매출 월 100만원에서 월 50만원으로 낮췄다.

스마트스토어 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은 금융정보가 거의 없는 '씬파일러' 사업자들도 대출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실시간 매출과 반품률, 단골고객 비중, 고객 문의 응대 속도 등 스마트스토어 내 활동 데이터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6% 성장했고, 스마트스토어 수는 2020년 12월 41만개를 기록했다. 월 거래액 1억원 이상의 스마트스토어도 4000개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스마트스토어 결제자 수는 2000만명을 돌파했고, 인당 결제 횟수와 객단가도 각각 43%, 47% 성장했다.

네이버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자사 라이브 커머스 '쇼핑 라이브'도 SME 비중이 높다. 지난해 12월 쇼핑라이브 수는 5600건, 쇼핑라이브 시청 수는 2400만뷰로 전월 대비 각각 50%, 30% 증가, 누적 1억뷰를 돌파했는데 전체 라이브 판매자 중 SME 비중이 80%에 이른다.

네이버는 이밖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지난 2개월간 총 800여개 수출 기업에 3900여건의 지식인 엑스퍼트 전문가 상담을 지원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서버 가격을 50% 인하하고, 재택근무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 '워크플레이스'를 무상 지원하기도 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민아카데미에서 열린 '상생협력을 통한 프로토콜 경제 실현' 자상한기업 업무 협약식을 지켜보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비대면 수혜를 정면으로 맞은 '배달업계 맏형' 배달의민족도 라이더와 식당 업주들의 민감한 여론 달래기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라이더를 대상으로 발열조끼 5000장 등 2억원 상당의 방한용품을 지급한 데 이어 코로나19 확진 라이더의 생활비 및 보험료 지원과 사고 시 라이더 치료비·생계비 보전을 위한 20억원 규모의 '우아한 라이더 살핌 기금'을 조성한 것.

배달의민족은 지난해부터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광고비 50%를 할인하는 등 코로나19 극복 지원 일환으로 총 813억원 규모 지원을 이미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올해 첫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된 배달의민족은 10년 이상 영업을 지속해온 소상공인이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50억원을 출연, 이를 통해 내 가게 점포 구입을 지원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진행한 '플랫폼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화상 간담회'에서 밝힌 이익공유제의 골자는 기업의 자발적 기부로 마련한 사회적 연대기금으로 중소사업자를 돕는 방식에 참여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라도 중소사업자와 상생을 각자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실물 재화를 손에 쥔 이들 없이는 광고·수수료 수익모델에 기반한 플랫폼 사업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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