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과 직주근접의 상관관계, 전문가에게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GTX나 지하철역이 생기면 우리 동네 집값이 오릅니다. 전세가격이 올라도 집값이 오른다고들 합니다. 이렇게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한데요.
서울경제 부동산 매체 ‘부랜드’에서는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인 윤주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교수와 함께 앞으로 7회에 걸쳐 ‘집값이 결정되는 요인’들을 분석해 볼 예정입니다. 도시계획 분야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학자로 부동산 분야에 남다른 식견을 가지고 있는 윤 교수의 이론을 통해 ‘오르기만 하는 집값’의 비밀을 함께 풀어가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이제는 평당 1억원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반포의 아크로리버파크나, 올해 들어 신고가를 경신한 삼성동의 힐스테이트, 잠실의 리센츠의 공통점은 바로 강남권에 위치한 아파트라는 점입니다. 지난 수년 간 서울 집값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강남권의 집값은 특히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왜 유독 강남권이 매력적인 부동산 입지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텐데요.
윤주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직주근접’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전통적지대이론을 통해 설명합니다.
다음은 윤 교수와 김흥록 건설부동산부 기자가 만나 나눈 문답입니다.
김: 전통적지대이론은 어떤 것인가요?
윤: 1800년대부터 도시 계획·토지·부동산 관련된 이론들이 정립이 되기 시작했는데 그 중 두가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토지 가격하고 관련해서 제일 먼저 얘기한 사람이 폰 튜넨이라는 사람이예요. 폰 튜넨이라는 사람은 당시 농장을 물려받아서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농장을 운영하면서 농토마다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에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찾은 가격 차이의 이유가 수송비였습니다. 수송비가 많이 들면 즉, 시장으로부터 멀어지면 땅값이 싸지고 가까우면 비싸다는 걸 발견한 거죠. 다시 말해서 지대가 수송비하고 반비례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두번째는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이론입니다. 리카르도는 토지 가격이 시장과의 거리, 즉 수송비 말고도 다른 절대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절대적인 원인이 비옥도라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크기의 땅에서 생산량이 많다면 당연히 비옥한 땅의 가격이 더 높아지겠죠. 리카르도는 지대가 땅의 비옥도에 비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간단하게 두가지 연구를 소개해드렸는데 이게 현대까지도 유용하다는 겁니다.
김: 현대로 보면 수송비는 출퇴근 거리, 시간이 연결이 될 테고 비옥도는 임대료라고 보면 되겠네요
윤: 맞습니다. 이처럼 전통적지대이론을 집값을 결정하는 7가지 원인 중 하나로 설정한 이유는 최근 들어서 직주근접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직주근접이 집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어요. 직장과 거리가 있더라도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지금은 기름값도 많이 올랐고, 또 자녀들의 출퇴근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직주근접이 중요해졌습니다.
실제로 서울에 있는 집을 사려고 하는 이유 중 1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직주근접이었습니다. 향후 정부가 주택 공급을 결정할 때에도, 또 신도시를 계획할 때에도 직주근접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그렇다면 직주근접 덕에 집값이 오른 곳은 대표적으로 어디가 있을까요?
윤: 강남 업무지구(GBD)와 가까운 아파트 단지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최근에 평당 1억을 갱신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나, 이전으로 따진다면 도곡동의 타워팰리스가 이에 해당합니다.
김: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직주근접의 중요도가 낮아졌다는 말도 나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 당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거주의 형태가 바뀔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2025년이 뉴노멀 시대라고 보고 새로운 모습의 미래도시가 형성되기는 할 겁니다. 그리고 그 도시의 기능에 따라 두가지 모델의 스마트시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슈퍼 컴팩트시티와 슈퍼 에코시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슈퍼 컴팩트시티라는 건 직주근접 때문에 멀리 출퇴근하는 것을 싫어하고 환경보다는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모인 도시를 가리킵니다. 이런 사람들 한테는 출퇴근 시간, 거리가 아무리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아깝겠어요?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정말 초집적, 직주근접이 되는 그런 도시가 발생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도시가 벌써 만들어지고 있죠. 삼성역을 중심으로 지하와 지상에 만들어질 업무·주거지역과 123층짜리 롯데타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잠실역 주변의 업무·주거지역이 그 예입니다. 이 곳에선 사람들이 도시를 떠날 필요 없이 24시간 365일 머무르면서 생활하고 업무를 보겠죠.
그런데 ‘이게 어떻게 사람이 사는 도시냐, 애들 교육에는 환경도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슈퍼 에코시티를 선호하겠죠. 우리나라에는 아직 슈퍼 에코시티 모델은 없습니다. 해외 사례로는 에너지와 식량의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스웨덴의 리젠 빌리지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김: 결국은 어디가 됐든 우리는 살 수 없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좀 우려가 됩니다
윤: 삼성이나 잠실만이 유일한 스마트시티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이런 수요를 파악해야 합니다. 지금 2기, 3기 신도시 모두 공급에만 초점을 둬서 물량공세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건 이런 스마트시티의 개념이 들어간 양질의 주택과 도시를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 집값을 결정하는 7가지 원리'에 대한 콘텐츠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정현정 기자 jnghnjig@sedaily.com,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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