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잠자던 '가사근로자법', 2월 임시국회 돌파할까
국회 안팎에서 '가사근로자법'(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가사·육아도우미도 연차휴가, 퇴직금, 4대 보험 등 기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근로자 보호와 규제 혁신 차원에서 해당 법안을 2월 임시국회 내 처리하자는 입장인데, 국민의힘의 동의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월 임시국회에서 가사근로자법에 대한 중점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가사근로자법은 민주당 필수노동자 TF(태스크포스) 10대 입법·정책 과제에 포함됐다. 앞서 김태년 원내대표도 지난해 11월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대책 당정청 협의회에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을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해 새로 제정해야 하는 법으로 꼽기도 했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근로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가정 내에서 청소, 세탁, 육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근로자는 현재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해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사근로자들은 법이 규정한 주휴수당, 연차 유급휴가, 퇴직급여, 최저임금은 물론 고용·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 인증제를 도입하고, 제공기관은 가사근로자에게 임금·유급휴일 등이 명시된 서면 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해 가사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을 유도하겠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앞서 19·20대 국회에선 가사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모두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선 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고용노동부도 "가사서비스 종사자가 안정적인 근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고, 관련 시장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법안은 모두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큰 쟁점이 없는 만큼 해당 법안을 2월 임시국회 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은미·이수진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한국여성노동자회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근로자법은 노사가 함께 법 제정에 찬성하는 대표적 무쟁점 법안"이라며 "법을 통과시켜 가사노동자들도 법의 적용을 받고 근로계약 체결을 통해 정당하게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직업소개소나 개인 간 계약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가사서비스 시장을 양성화해 '혁신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민주당 규제혁신추진단에 전달한 입법 요구 리스트에 가사근로자법 제정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가사근로자 중개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등 신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입법화가 절실하다는 요구다.
다만 국민의힘은 가사근로자법 제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제공 기관 인증제 도입시 기존 인력의 실직 우려 등 전체 가사서비스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다음달 환노위 차원에서 공청회를 연 뒤 입법 논의를 본격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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