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해상 규모 7.3 강진.."동일본 대지진 공포 떠올라"
[경향신문]
10년 만에 최대 규모…현지 언론 “2011년 대지진의 여진”
후쿠시마 원전 수조 물 넘쳐흘러…당국 “방사선량 낮아”
수백㎞ 떨어진 도쿄 도심까지 진동…부상자 최소 150명
동일본 대지진 발생 10주년을 목전에 두고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최소 150명이 다치고, 후쿠시마 원전의 사용 후 연료 수조에서도 물이 넘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넘친 물의 양이 적고 방사선량도 낮아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고 일본 당국은 밝혔다.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의 악몽이 떠오른 상당수 시민들은 ‘쓰나미 발생 가능성은 없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긴급히 심야 피난길에 오르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일본 기상청은 13일 오후 11시8분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으로 추정되는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진원의 위치는 북위 37.7도 동경 141.8도이며, 진원의 깊이는 약 60㎞로 추정됐다. 아사히신문은 “진원의 위치로 보아 이번 지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후쿠시마와 미야기(宮城)현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진도 6’의 강한 흔들림이 관측됐다. 진도 6이면 기어가야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이며, 땅이 갈라지거나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는 흔들림이다. 진동은 수백㎞ 떨어진 도쿄(東京) 도심에서도 수십초간 이어졌다.
강진 이후 여진도 계속됐다. 14일 오전 3시25분쯤 이와테(岩手)현 앞바다에서 규모 5.1의 여진이 발생한 데 이어 이날 오후 4시31분에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해 일부 지역에서 진도 4의 흔들림이 감지됐다.
임시피난소로 대피한 지역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후쿠시마 주민인 사사키 후미코(61)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지진으로 집 창고의 기름 탱크가 넘어지면서 기름이 새어나왔다”며 “집에 불이 날까 무서웠고 간신히 모포와 약만 챙겨 나왔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잠에서 깨 간신히 대피했다는 기무라 도모히코(55)는 “지금 사는 아파트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이미 손상됐는데, 또 지진이 나면 이번엔 무너지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NHK방송 인터뷰에서 “10년 전의 대지진을 연상시킬 정도로 강한 흔들림이었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최소 150명이 다치는 등 인명·재산 피해도 잇따랐다. 후쿠시마현에서는 집 계단에서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60대 여성 등 78명이 다쳤다. 미야기현에서도 집에서 넘어져 머리에 피가 난 80대 남성 등 55명이 다쳤다. 산사태로 집이 무너지거나 화재가 발생한 집도 있었다.
열차와 수도·전기 등도 일시 중단됐다. 후쿠시마현 인근 지역에서는 85만가구가 정전됐다 복구됐으며, 미야기현에서는 5700가구가 단수 피해를 입었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를 투입해 단수 가구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 철도 JR과 신칸센의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동북 지역의 화력발전소 13기도 가동을 멈췄다.
이번 지진의 영향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5·6호기 원자로 건물에 있는 사용 후 연료 수조에서 물이 넘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일본 원자력규제청은 넘친 물의 양이 600~1600㎖ 정도로 적고 방사선량도 낮아 안전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제1원전 5·6호기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노심용융(멜트다운)이 일어난 1~4호기와 달리 비상 전력공급이 유지돼 최악의 사고는 피했으나 2014년 폐로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날 긴급 각료회의를 열고 “지금까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고 보고받았다”면서 “여진이나 토사 등 재해 응급 대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스가 총리는 지진 발생 22분 뒤인 전날 오후 11시30분 관저에서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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