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방문 순번제·온라인 성묘..코로나 1년이 바꾼 설 풍속도

고귀한 기자 2021. 2. 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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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1년 이상 지속하면서 민족 최대 명절인 설 풍속도를 바꿔놨다.

대신 릴레이 고향 방문과 온라인 성묘라는 새로운 명절문화가 부상했다.

광주 광산구 첨단동에 사는 박모씨(52)는 설 명절 형제들과 순번을 정해 고향집을 방문했다.

'고향방문을 환영한다'는 과거와 달리 올해는 '엄마·아부지 코로나 무서운께 이번 설날은 안 내려가요, 오지도 마소', '아들아! 딸아! 이번 설에 오지 마라! 코로나 안 걸리게 우리도 안갈란다' 등 문구의 현수막으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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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이상 금지에 비대면 문화 자리매김..귀성전쟁 옛말
시골마을 썰렁, 장터도 직격탄.."아쉽지만 건강이 제일"
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귀성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2021.2.1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고귀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1년 이상 지속하면서 민족 최대 명절인 설 풍속도를 바꿔놨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귀성·귀경 전쟁은 옛말이 됐고, 시끌벅적하던 성묘와 차례상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모처럼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우애와 정을 확인하는 모임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서로에 대한 애틋함 속 따스한 비대면 배려문화가 조용히 명절문화로 자리잡아 가는 모양새다.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11일 광주와 전남지역에는 53만6608대의 차량이 오갔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추석과 대비해서도 통행량이 10% 이상 감소한 것이다.

설 연휴인 11일부터 14일까지 직계가족을 포함, 5인 이상 사적모임이 전면 금지된 영향이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방역지침에 따라 이를 어길 시 직계가족이라 할지라도 1인당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명절 시작 전부터 고향 방문을 두고 고민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고, 결국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신 릴레이 고향 방문과 온라인 성묘라는 새로운 명절문화가 부상했다.

광주 광산구 첨단동에 사는 박모씨(52)는 설 명절 형제들과 순번을 정해 고향집을 방문했다. '잠깐 얼굴을 보는 것 쯤은 괜찮지 않겠느냐'란 형제들 사이 의견도 있었지만, 부모님이 극구 만류를 하면서 박씨는 설 연휴 첫날인 11일, 동생 부부는 12일, 큰누나는 13일로 나눠서 다녀오게 됐다.

박씨는 "가족들과 한 자리에 모여 식사 한 끼 할 수 없었다는 게 아쉬웠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들 시간을 내 고향집에서 다시 모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설 연휴 첫날인 11일 '코로나19 청정지역'인 전남 장흥군 토요시장에 '엄마 아부지 코로나 무서운께 이번 설날은 안내려가요, 오지도 마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2021.2.11/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고향을 못 가는 대신 평소보다 많은 용돈과 선물로 부모님께 마음을 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전남 화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모씨(39)는 "부모님과 할머니가 함께 살아서 가족이 모두 모일 경우 5명이 넘는다"며 "대신 이번 설에는 지난 명절보다 용돈을 더 두둑이 넣어서 부모님께 보냈다. 직접 얼굴을 못 봬 아쉽긴 하지만 이걸로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광주 영락공원과 망월묘지의 묘지·봉안시설 등이 설 연휴기간 임시 폐쇄되면서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전모씨(47)는 "매년 명절 때면 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의 묘소를 찾았지만 올해는 아예 갈 수 없게 돼 온라인으로나마 예를 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골마을의 명절 풍경도 예년과 달라졌다.

'고향방문을 환영한다'는 과거와 달리 올해는 '엄마·아부지 코로나 무서운께 이번 설날은 안 내려가요, 오지도 마소', '아들아! 딸아! 이번 설에 오지 마라! 코로나 안 걸리게 우리도 안갈란다' 등 문구의 현수막으로 대체됐다.

마을 입구나 조상의 묘소가 있는 산비탈에는 귀성객으로 보이는 차량들이 서너대 보일뿐 예년과 같이 막히거나 정체되는 일이 드물었다.

명절 전날이면 귀성객들도 북적였던 시골 장터도 인적이 뜸했다.

전남 장흥에서 식육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51)는 "설 명절 특수는 사라졌다. 지금까지 명절 연휴에 이렇게 손님이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다른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자식들을 향한 부모의 애틋한 마음 만큼은 여전했다.

전남 보성에 사는 김모 할머니(73)는 "지금은 건강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자식들에게 오지 말라고 말을 했는데도 둘째 자식 내외가 얼른 다녀갔다"며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이뻐서 맛있는 음식이라도 마음껏 해주고 싶었지만, 준비해 둔 음식이 없어 빈손으로 보낸 게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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