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8일 영아 장애인 만든 학대..'훈육·우발적' 이유로 정상참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인이 사건' 충격 가시기 전에 아동학대 사망사건 잇따라
최근 3년간 각급법원서 아동학대 관련 선고 사건 3000여건
'우발적' 동기에 法 '정상참작'.. 아동학대인식 민낯 드러나
잇따른 아동학대 소식에 철없는 부모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채 끔찍한 학대 끝에 세상을 떠나거나 평생 장애를 겪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사는 아이들이 더 많다.
모두 ‘훈육’이라는 목적과 ‘우발적’이라는 동기에서 나왔다. 법원은 이를 정상참작해 감형해주곤 했다. 처참한 아동학대실태는 우리 사회 아동학대인식 수준의 민낯이다.
◆잠 안잔다고 때리고 던지고, 한겨울에 찬물 고문까지
생후 한달도 안된 아이가 친모의 구타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됐고, 다른 자녀 역시 아동학대의 위험에 노출됐음에도 오히려 정상참작 사유로 인정한 것이다.
B씨는 남편이 새벽에 출근한 후 생후 8개월인 의붓아이가 깼다가 다시 자지 않고 보챈다는 이유로 90cm 높이에서 안고 있다가 떨어뜨렸다. 당시 바닥에 소음방지매트가 깔려 있긴 했지만, 아이는 급성 외상성 경막밑 출혈과 뇌 손상으로 오른 쪽 팔, 다리가 마비되고 인지 장애 등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됐다.
B씨는 아이를 10cm 높이에서 떨어뜨렸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주치의와 법의학자 분석 결과 훨씬 높은 위치에서 떨어져 강한 충격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C씨는 동거남의 7세, 5세 두 아이와 함께 살면서 첫째 아이가 집에서 말을 하지 않고 우울해 하고 있다는 이유로 효자손으로 머리와 손바닥 등을 때렸다. 효자손으로 분이 풀리지 않았던 C씨는 벌을 받아야 한다며 한겨울인 12월에 옷을 벗고 욕조에 들어가게 한 후 샤워기로 아이 몸에 찬물을 뿌려댔다. 이듬해 1월에는 자신의 아버지 산소에서 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 아이 모두 구타한 후 또다시 벌거벗겨 찬물 고문을 했다.
전주지법은 당시 아이가 법정에 출석해 학대당한 시기와 장소, 방법, 경위 등을 일관되게 진술한다며 B씨의 유죄를 인정,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야구방망이, 소주병 휘두르며...훈육이라는 이름의 가혹행위
D씨는 이혼 후 동거녀와 살면서 친딸(15)이 동거녀의 물건을 훔친다는 이유로 학교를 가지 못하게 하고 집에 가뒀다. 외출 할 때는 운동화 끈과 휴대전화 목줄로 딸의 양손과 양발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소리를 지를까봐 스타킹을 입에 물리고 운동화 끈으로 입을 묶기도 했다.
그러나 D씨는 딸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3개월간 폭행이 집중됐고, 아이의 일탈행동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정상참작을 받아 창원지법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E씨는 동거녀의 10세 자녀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쳐 훈계한다면서 아이 목에 폭 1.5cm, 길이 약 3m의 쇠사슬을 둘러 침대에 묶어놨다. 아이는 쇠사슬에 묶인채 무려 15시간을 꼼짝없이 혼자 방에 갇혀 있었다.
재판부는 아이가 엄청난 공포 충격을 받아 회복하는데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E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아이가 13세 되던 해에는 말대꾸하고 심부름을 하지 않는다고 엉덩이에 피멍이 들도록 가죽 혁대로 수십 차례 때렸다.
수원지법은 2017년 F씨의 행위가 훈육을 넘어선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뺨을 맞고 코피가 잠깐 났지만 밖으로 흘러내리지는 않았다’는 피해자 진술에 따라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상해에 준하는 정도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