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월 18일 일한다"..노동 계산법 바꾼 판결 등장

옥성구 2021. 2.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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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 50대여성, 의료 사고 장애 손배소송
1심, 배상 판결..月가동일수 22일로 인정
2심 "근로조건 변화..月 22일은 힘들어"
도시 일용근로자 월 가동일수 18일 산정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1990년 후반 이후 손해배상 판결에서 법원이 일실수입에서의 월 가동일수를 경험칙에 따라 22일로 산정했지만, 최근 생활의 여유를 즐기는 추세로 사회 환경이 변화하는 점 등을 고려해 월 가동일수를 18일로 산정한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이종광)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와 병원장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당시 53세)씨는 2014년 2월 무릎관절의 파열 및 관절염 치료를 위해 3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의사 B씨의 과실로 인해 신경손상을 입어 근육 약화로 발목을 들지 못하는 등의 영구적인 보행장애를 입었다.

이에 A씨는 "B씨가 수술기구를 제대로 장착하지 않고 수술을 해 신경절단 등을 유발했다"며 "혈관이나 신경손상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보행장애로 인한 재산상 손해와 정신상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B씨가 수술을 시행하면서 혈관과 신경을 보호하기 위한 수술기구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과실로 후유장해를 발생시켰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시술상 과실을 인정했고, B씨와 C씨가 공동해 총 758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A씨의 일실수입을 계산하며 월 가동일수를 기존 경험칙에 따른 22일이 아닌 18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실수입은 A씨가 사고로 노동능력을 상실하지 않았다면 장래에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입이다.

우선 A씨는 이 사건 수술 당시 만 53세 여성으로 무직 상태였기 때문에 일실수입과 관련해 최소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도시 일용근로자의 일용노임을 보장받는다.

이 경우 추정소득을 산정할 자료를 토대로 일실수입을 계산하게 되고, 월 가동일수를 며칠로 보는지에 따라 일실수입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B씨와 C씨 측은 항소심에서 월 가동일수 22일 산정은 과다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인정해 온 월 가동일수의 변화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1990년대 중반까지 월 가동일수를 25일로 산정했지만, 1990년 후반 이후 대체적으로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인정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의 경제는 선진화되고 레저산업이 발달돼 근로자들도 종전처럼 일과 수입에만 매여 있지 않고 생활의 여유를 즐기려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월 가동일수 22일 경험칙이 처음 등장한 1990년대 후반 이후 2003년 9월15일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주 5.5일 근무에서 주 5일 근무로 변경됐다"며 "관공서 공휴일 규정이 개정돼 법정근로일수는 줄고 공휴일은 증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는 정규근로자뿐만 아니라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단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환경 및 근로조건의 변화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언급했다.

또 "결국 도시 일용근로자의 가동일수를 월 22일로 본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현재 시점에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며, 앞으로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 통계자료에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단순 노무 종사자 비정규 근로자의 가동일수 평균이 17.7일, 건설업 근로자의 가동일수 평균이 18.4일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월 18일을 도시 일용근로자의 가동일수로 정했다.

재판부는 A씨의 재산상 손해 중 일실수입을 5146만여원으로, 적극적 손해를 1968만여원으로 산정했다. 이와 함께 위자료 1500만원을 더하고 B씨와 C씨의 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해 총 7191만여원을 공동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존에도 월 가동일수를 22일보다 적게 인정한 하급심은 존재했지만, 이번 판결은 근거를 기초로 자세한 논증을 거쳐 근본적으로 도시 일용근로자에 대한 월 가동일수 22일의 경험칙이 변경될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의의가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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