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고사 위기 울산상인.."임대료 지원하는 손실보상 필요"

이윤기 기자 2021. 2.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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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값 오르고 직원수 줄이고.."손실보상 기준·형평성 문제"
울산 동구 일산동 불새진짜갈비 최복희 대표(왼쪽)와 남구 신정동 만상 이상범 대표. © 뉴스1 윤일지 기자

(울산=뉴스1) 이윤기 기자 = "그래도 저는 행복한 편입니다. 아침에 눈 뜨면 갈 곳이 아직 있으니까요."

한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만상(울산 남구 신정동) 이상범 대표(64)는 1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최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영업금지·제한 조치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 등에 대해 반드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개월째 지속 중인 집합금지 등의 조치 가운데에서도 코로나 손실보상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설 연휴를 전후로 속도가 붙을 전망인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이에 대한 기대도 컸다.

25년째 요식업을 하고 있는 이 대표는 "가족과 함께 아무런 욕심없이 장사를 하고 있다"면서도 가혹한 코로나 상황에서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이 대표의 만상은 코로나 이전에는 월 최고 매출 2억5000만원을 찍기도 했다. 지난해부터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최근에는 식당을 찾는 고객이 하루 10명 남짓, 일일 매출 20만원을 채우기도 힘들어졌다.

코로나 이후 매월 200만원 안팍의 임대료 부담과 식재료값은 꾸준히 상승하는 대신 고객이 찾지 않아 버리는 음식들은 더 많아졌다. 급기야는 주차장 한편에 닭장을 설치해 푸성귀로 넣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3년째 기록을 하고 있는 다이어리를 가리키며 "지난해 2월부터 매출이 급감하면서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이 없다보니 종업원도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500만원의 적자가 났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정확하게는 정부에서 지원받은 재난지원금액을 제외하고 300만원의 적자가 났다. 무엇보다 70% 정도 버려지는 식자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최근 정부 및 국회에서 거론되고 있는 손실보상제에 대해 그는 "장사를 잘 했니, 못 했니가 중요하지 않다. 단순 보상 금액을 넘어 지급 기준과 형평성, 합리적인 대안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들은 무엇보다 월세에 대한 부담이 크다. 종업원들이 고용보험 보상을 받는 것처럼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임대료와 대출이자 등을 지원하는 손실보상이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대를 하고 있으니 여전히 문을 닫지 않는 것"이라며 "앞으로 바람이라면 그저 한 사람이라도 더 우리 음식점을 찾아 기분 좋게 맛보고 가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사의 신이 코로나에 무릎을 꿇은 셈이죠.(웃음)"

울산에서 12년간 고깃집만 세 곳을 운영했던 불새진짜갈비(동구 일산동) 최복희 대표(73·여)는 "장사의 신이 되고 싶었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서비스업생산 동향에 따르면 울산의 연간 서비스업생산과 소매판매가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으며, 서비스업 중에서도 음식점업의 타격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 대표는 "애초에 건물주라 욕심없이 내가 좋아서 시작한 장사였다"고 운을 떼면서도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위기는 자신에게도 어쩔 수 없이 가혹한 현실이었음을 토로했다.

앞서 최 대표는 2012년 첫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낸 후 3개월 만에 월 수익 1억원으로 전국 매출 1위를 달성, 이후로도 평균 월 매출은 3000만~4000만원을 웃돌았다.

그는 "생업을 하시는 분들보다 조금 더 여유가 있어 하루하루 식당 수익에는 연연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재료비 아끼지 않고 좋은 식자재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한 것이 꾸준한 고객 확보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곳 음식점은 주말 600~700명이 몰렸고, 주중에도 300~400명은 찾았다. 그의 가게는 곧 유명해졌고 방송에도 나와 일산해수욕장의 SNS 인증 코스가 되기도 했다.

동구 일산점에 이어 2019년 4월 북구 명촌점을 오픈, 여기에 다른 브랜드로 고깃집을 하나 더 개점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 10월 폐점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코로나 조짐이 보였을 때에도 이렇게까지 장기화 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며 "손님이 거의 찾지 않는 북구 명촌점도 곧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 확진자 1240명으로 정점을 찍은 3차 유행때부터 명촌점에는 하루 2팀 정도, 일일 10만원 안팍의 매출로 급감했다. 일산점 직원은 8명에서 2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는 "일산점에는 그나마 하루에 10팀 정도는 온다"며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된다 해도 외식문화가 크게 활발하지는 않을 것 같다. 과거 그 이상의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손실보상제에 대해서도 그는 "잘 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는데 보상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다지 공정한 지원 방안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최 대표는 "지금은 현상유지에 만족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나보다 더 어려운 다른 자영업자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전했다.

bynaeil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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