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작업' 큰 산 넘었지만..이번주 '택배비' 등 2라운드 진통 예고

강지은 2021. 2. 1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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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사회적 합의기구, 17일 2차 합의 위한 논의
온라인 쇼핑몰 '백마진' 등 거래구조 개선 의제로
"택배 3자 계약구조 관계에 화주 끌어들여" 반발
택배비 오르나.."국민 공감 우선..구조개선 먼저"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설 명절을 사흘 앞둔 지난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있다. 2021.02.0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우여곡절 끝에 '분류작업 인력투입' 등 사회적 합의를 이룬 택배 노사와 국회, 정부 등이 설 연휴 이후 택배비와 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을 놓고 다시 한 번 치열한 논의를 펼칠 전망이다.

특히 분류작업 문제가 노사 간 첨예한 쟁점 사항이었다면, 거래구조 개선은 온라인 쇼핑몰 등 대형 화주의 일명 '백마진' 등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는 문제여서 화주들의 반발 등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14일 택배 노조와 업계 등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는 오는 17일 국회에서 택배비와 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등 남은 의제의 2차 합의를 위한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택배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분류작업 문제를 전담인력 투입 등 택배사의 책임으로 하는 1차 합의에 이어 나머지 쟁점의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1차 합의 당시 사회적 합의 기구는 택배가격 거래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상반기 내 관련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지난달 29일 추가 합의를 통해 그 시기를 5월 말까지로 앞당겼다.

그간 정부와 노사를 중심으로는 택배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려면 분류인력 투입과 자동화 설비투자, 적정 배송 수수료 지급 등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택배 가격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특히 정부는 택배기사의 배송 수수료 저하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화주의 '백마진'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을 꼽아왔다.

현재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물건 구매 후 판매 업체에 지불하는 택배비는 평균 2500원이다. 문제는 택배비 2500원이 온전히 택배사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판매 업체인 화주들이 포장비 등을 명목으로 택배사에 건당 1700~1800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700~800원은 일종의 '백마진'으로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배사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관행은 고착화됐고, 왜곡된 가격 구조는 택배 요금을 지속적으로 하락시켜 택배기사 수수료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현재 택배기사 수수료는 건당 800원 내외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열린 설 성수기 대비 택배 종사자 안전·건강 보호조치 점검 간담회에 참석해 택배회사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2.09. 20hwan@newsis.com

이에 사회적 합의 기구는 거래구조 개선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1분기 중 연구 용역에 착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사회적 합의기구 관계자는 "지금의 왜곡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택배사와 화주들간 상생 방안을 논의해야 하지만, 화주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특히 쇼핑몰 안에는 수많은 셀러(seller)들이 있어 의견 수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이것은 택배사와 대리점, 택배기사 3자 간의 계약구조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화주들을 끌여들여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백마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부 업체가 여전히 그럴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구조 자체가 그럴 수 없다"며 "오히려 무료배송 서비스 등으로 사업주들이 택배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반면 택배사들은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며 온전한 택배요금 지급을 주장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경쟁 때문에 택배사들이 그런 방법(백마진) 말고는 물건을 유치하기 어려웠다. 지금의 왜곡된 구조는 택배사들이 자처한 부분도 있다"면서 "1차적으로 그런 부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거래구조 개선이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택배비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택배비 인상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 만큼 실제 인상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다.

사회적 합의 기구 관계자는 "로켓배송 등 택배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그에 따른 가격도 차별화,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우선은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거래구조 개선을 먼저 하는 게 맞다"고 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도 "현재는 택배요금이 많이 낮아 현실화하는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고,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가격을 올려야 한다"면서 "그러나 택배비를 올리는 자체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설 명절을 사흘 앞둔 지난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있다. 2021.02.09. yesphoto@newsis.com

이번 사회적 합의 기구 회의에서는 거래구조 개선 외 주5일제 등 근무 여건에 대한 추가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현재 토요일 휴무제 등 일괄 주5일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쿠팡 등 다른 온라인 유통업체와의 경쟁 관계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토요일에 절반씩 쉬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본인이 맡지 않는 지역을 배송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라며 "이런 안은 절대 받을 수 없으며 노조는 완벽한 주5일제를 원한다"고 했다.

택배 노사가 분류작업 인력투입 등에 합의했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도 여전한 모양새다.

노조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의 경우 분류작업 인력이 아침 9시부터 투입돼 7시에 출근하는 택배 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게 된다"며 "현장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CJ대한통운의 경우 대리점을 통해 분류작업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데, 4대 보험 등 분류인력 비용부담 등을 놓고 대리점주들의 반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사회적 합의 기구 관계자는 "분류작업 인력투입 등 1차 합의에 대한 이행 점검은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며 "2차 합의는 최대한 5월까지 도출하고 적어도 6월 초에는 발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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