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후보 단일화' 곳곳에 암초..아름다운 단일화는 없다?
각 후보 조직 흡수 과정서 논공행상 관건..신경전 불가피
우파 기반 국민의힘‧증도층 중심 제3지대..화학적 결합 쟁점
후보들 간 신뢰도‧동지애 시너지 효과 좌우..정치적 결단 대비
◇3월초 최종결선에 쏠린 野 시선…상대조직 흡수 등 '논공행상' 관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대명제에 동의하고 각각 내부 경선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은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 예비후보(기호순)가 본경선에 올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과 제3지대 후보 경선을 치른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4일, 제3지대는 다음달 1일에 각각 최종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이변이 없는 한 각 진영에서 선출된 두 후보가 단일화 협상판에 나서게 된다. 문제는 내부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조직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단일화 협상 참여 경험이 있는 정치권 인사들은 적절한 논공행상(論功行賞) 조율로 이른바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통상 개별 후보의 선거를 도왔던 캠프 인사들이 선거 승리 후 당선자와 함께 조직의 요직을 차지하기 때문에, 단일화 협상에서 상대방 캠프 인사들에 대한 수용 여부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8년 단일화 협상에 임했던 당내 한 인사는 1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각 후보들이야 이념이나 소신을 들며 투쟁을 하지만 후보들을 돕는 조직원들에겐 선거는 결국 일자리 싸움"이라며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후보에 대한 충성심이 생길 수 없기 때문에 단일화 과정에서 이 문제를 잘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안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당선될 경우 '서울시 연립정부'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냈지만, 국민의힘 측 인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최종 단일화 경쟁에서 상대방을 전력투구로 꺾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자칫 과열 경쟁으로 인해 '아름다운 단일화'가 물 건너 갈 수도 있는 셈이다.
태극기세력 등 우파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힘 소속 후보와 중도층 중심의 제3지대 후보 간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성공적인 후보 단일화의 사례로 언급되는 2011년 박원순‧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의 경우엔 양 후보 지지층의 스펙트럼이 대체로 온건진보‧중도층으로 한정됐었다.
반면 현재 야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이른바 태극기세력이라 불리는 강성 보수층과 제3지대를 지지하는 중도층이 섞여 있는 상태다. 야권 지지층의 스펙트럼이 넓을수록 선거전에선 원심력이 강해져 표심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야권 단일화'를 주장하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 입당 또는 합당을 주저했던 것도 중도층 이탈로 인해 야권 전체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했다.
국민의힘 내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대표가 제3지대 후보로 나온다면 아마 기호를 몇 번으로 달고 출마할 것인지도 단일화 협상의 변수가 될 것"이라며 "개인 지지율이 높다면 안 대표는 중도층을 의식해 '기호 4번'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표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 협상의 키를 결국 양자 대결을 펼치는 최종 후보들이 쥐고 있단 점에서 각 후보들의 신뢰도 및 동지애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후보 단일화는 지지층의 표심 분산을 막고 최종적으로 야권 후보 선출로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된 만큼, 경우에 따라선 후보 개인의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각 후보 간 신뢰 여부와 동지애 발휘가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솔직히 지금 나온 안철수 대표나 나경원 전 의원 등의 캐릭터가 상대방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이미지는 아니라서 걱정이 된다"며 "보수진영은 진보 쪽과 달리 '단일화'의 성공 경험이 거의 없어서 위기 때 이걸 풀어낼 만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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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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