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 입양아 학대' 재판 본격화..17일부터 '살인죄' 공방

검찰 신청 증인 3명 출석 예정..미필적 고의 판단 주목
檢 "강한 외력 췌장 파열" vs 변호인 "고의성 없다" 맞서

설 명절 연휴를 이틀 앞둔 9일 오후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를 찾은 시민들이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정인양을 입양한 뒤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천 입양아 학대' 사건의 재판이 설 연휴 이후 본격 시작한다.

검찰이 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양모 측은 사망에 이를 정도의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어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7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모씨의 2회 공판을 연다.

오전 10시 시작하는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증인 3명을 불러 장씨의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다.

정인양은 지난해 1월 장씨 부부에게 입양돼 같은해 10월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정인양은 사망 당시 췌장이 절단되는 심각한 복부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검찰은 "양모가 죽이려는 의도로 정인양에게 폭력을 행사해 정인양이 사망했다"는 논리를, 장씨 측은 "폭력은 인정하지만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열린 1회 공판에서 상습아동학대, 아동학대, 아동유기방임죄와 함께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적시했다. 어떤 행위로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범행했다는, 즉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살인죄를 적용했다.

반면 장씨 측은 정인양을 방치하거나 학대할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쇄골과 늑골이 골절된 것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상습아동학대와 아동학대치사 혐의는 "때린 것은 인정하지만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장씨 측은 아동학대와 아동유기방임 정도의 혐의만 인정한 셈이다.

검찰과 변호인은 '정인양이 어떤 유형력 때문에 사망했나'를 과학적으로, 또 법리적으로 다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인양이 '발로 밟는 등의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 파열 등 복부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고 판단하지만 변호인은 살해 방법 등 구체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진단 결과만으로 살인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에는 장씨 부부를 엄벌해달라는 진정서와 탄원서가 수만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부 안씨는 아내의 학대를 알고도 방치했다는 이유로 고발돼있다.

재판부는 다음달 3일을 3회 공판기일로 지정했다. 재판 심리 경과에 따라 추가 공판이 잡히고 1심 결론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재판장인 신혁재 부장판사가 22일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기게 돼 3회 공판부터는 재판장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