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당 100원인 연필, BTS 문구 넣으니 2000원.. 해도 너무한 '팬심 상술'

정민하 기자 2021. 2.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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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가격이 비싼 것에 비해 품질과 서비스가 너무 뒤떨어진다는 말이 예전부터 계속 나오는데 빅히트는 왜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이나요. 지금처럼 방탄소년단(BTS) 이름만 앞세워 얄팍한 상술을 부리면 결과적으로 BTS에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올 겁니다."

그룹 BTS를 비롯해 뉴이스트·여자친구·세븐틴 등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의 전용 온라인 쇼핑몰 ‘위버스(weverse)샵’이 최근 배송지연·환불거부와 상품정보표시 미비 등으로 서울시의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이곳에서 판매하는 굿즈(기획 상품)와 멤버십을 비롯한 상품들이 고가로 책정돼 ‘과도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비엔엑스(beNX)’가 운영하는 위버스(weverse)샵에 올라온 방탄소년단(BTS) 굿즈(상품)들. /위버스샵 캡처

위버스샵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빅히트에 소속된 가수들의 앨범을 비롯해 콘서트 티켓, 굿즈(기획 상품) 등을 독점 판매하는 회사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연필 1세트(7개)의 가격은 1만5000원으로 개당 2000원이 조금 넘는다. 멤버 친필이 각인된 점을 빼면 일반 연필과 다를 바 없다.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서 연필은 개당 100원정도에도 살 수 있다. 이외에도 ▲밴드 세트(43장) 1만5000원 ▲패브릭 스프레이 3만9000원 ▲브러시 세트(3종) 3만7000원 등도 비슷한 종류의 다른 상품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이 책정돼 있다.

BTS 팬인 한 대학생은 "BTS의 팬층은 아직 경제적 능력이 없는 10~20대가 주를 이루는데, 콘서트·멤버십·굿즈 등 관련 상품 가격대가 너무 높은 것 같다"면서 "연필 같은 일상용품의 경우 아무리 멤버들의 문구가 들어갔다 해도 ‘이 가격을 주고 사야 하나’라며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위버스샵은 최근 배송지연·환불거부·상품정보 표시 미비 등으로 서울시로부터 주의를 받은 바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 25일까지 접수된 위버스샵 관련 불만은 총 137건이다. 시 조사 결과 의류에서는 색상·제조연월·세탁 및 취급 시 주의사항·A/S책임자 및 전화번호 등이, 자급제 휴대전화에서는 모델명·동일모델 출시연월·제조국·크기·무게·KC인증필 유무 등이 누락됐다. 인체와 직접 닿는 패브릭 스프레이나 브러시 세트 등의 판매 글에도 성분 구성이나 출시년월 등은 나와 있지 않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방탄소년단(BTS) 멤버십인 ‘아미 멤버십: 머치 팩’.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빅히트가 팬들에게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빅히트가 운영하는 BTS 멤버십인 ‘아미 멤버십: 머치 팩’ 역시 고가의 멤버십 굿즈로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8월 개편된 ‘아미 멤버십:머치 팩’은 아미(BTS 팬클럽) 멤버십 기본혜택을 포함해 BTS 관련 랜덤 굿즈가 담긴 머치 박스(MERCH BOX)를 연간 4회 제공하는 프리미엄 멤버십이다. ▲모바일 멤버십 카드 ▲방탄소년단 공식 상품 구매 기회 ▲위버스샵 내 콘텐츠 구매 혜택(선공개, 회원가 등) ▲공연 선예매 및 추첨제 참여 기회 ▲공개 방송 응모 기회 등이 주어진다. 멤버십 가격은 1년에 17만5000원(150달러)이다. 기존 아이돌 팬클럽 멤버십 가격은 3만~4만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마음에 안 들면 안 사면 된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외국에 있는 한 BTS 팬은 "다른 쇼핑몰은 쿠폰 적용은 물론 일정 금액이 넘으면 마일리지를 쌓아주는데, 위버스샵은 혜택이 너무 적다"면서 "외국에서 주문할 경우 배송비와 세금을 포함하면 4만원 가까이 더 비싸서 엄두가 잘 안 난다"고 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비엔엑스(beNX)’가 운영하는 위버스(weverse)샵에 올라온 레이블즈 합동콘서트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NEW YEAR’S EVE LIVE)’ 예약 판매 상품. /위버스샵 캡처

위버스샵에서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예약 판매를 받은 레이블즈 합동콘서트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NEW YEAR’S EVE LIVE)’ VOD(다시 보기 영상) 역시 팬들 사이에서 비싸다는 불만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31일 180여분 간 진행한 온라인 콘서트 영상에 비하인드 및 메이킹 영상이 추가된 해당 제품은 티켓값(최저 3만9500원)보다 500원 낮은 3만9000원에 판매됐다. 당초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었던 합동콘서트는 당시에도 27만5000원이라는 티켓값이 논란이 됐었다.

한 뉴이스트 팬은 "기존 아티스트 콘서트의 경우 포토북·엽서·포토카드 등이 포함된 실물 DVD 패키지가 오는데, 이미 한번 했던 콘서트의 다시 보기 영상치곤 가격이 비싸다"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1월 1일 5시간 분량의 온라인 합동콘서트를 무료로 공개했다.

이마트가 지난 2019년 판매한 방탄소년단(BTS) 피규어. /연합뉴스

업계 안팎에서는 팬심에만 기대 제품을 출시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마트(139480)는 2019년 4월 미국의 ‘펀코(Funko)’가 제작한 BTS 피규어를 한정 수량으로 선보였지만, 기대와 달리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피규어에 각 멤버의 특징이 묻어나지 않았고, 세로 12㎝·가로 8㎝ 크기에 개당 가격이 1만6800원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BTS 팬 커뮤니티에서는 ‘방탄소년단 이름만 달면 사주는 팬들이 아직 있나’, ‘7명 멤버 피규어가 너무 닮아 구분이 어렵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업계 관계자는 "빅히트는 팬덤의 영향력이 곧 기업의 매출액이라는 공식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팬심에만 기대 가격에 못 미치는 제품을 출시하고 이에 대한 팬들의 반감이 계속될 경우 회사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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