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설연휴 이후 금융사 CEO 무더기 정조준..금융권 '비상'

NH투자증권 18일-신한·우리銀 25일 제재심
산업·부산銀 1분기, 하나銀 2분기 제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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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금융감독원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설 연휴 이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무더기 징계에 나선다. 금감원이 올해 1분기 내 주요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하겠다며 인적 징계에 드라이브를 걸자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부실한 법적 근거를 기반으로 금융사 CEO를 대거 겨냥하면서 반발 역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무더기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감독책임이 있는 금감원이 자기 반성 없이 금융사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책임회피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설 연휴 이후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금융사 제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18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옵티머스 사태에 책임이 있는 금융회사와 기관 등에 대한 제재 수위를 논의한다. 이날 제재심에선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비롯해 사무관리사인 한국예탁결제원,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이 심사 대상에 오른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예탁원에도 중징계가 사전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Δ해임 권고 Δ직무 정지 Δ문책 경고 Δ주의적 경고 Δ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며 제재가 그대로 확정되면 현직 임기 종료 후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다.

오는 25일 예정된 제재심에선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제재 수위가 논의된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부문 검사 결과를 토대로 사전 제재 통지문을 각각 보냈다. 펀드를 판매할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중징계인 '직무정지', 진옥동 신한은행장에도 중징계인 '문책경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가 각각 통보됐다.

금감원은 또 다른 라임 펀드 판매사인 산업은행과 부산은행에 대해서도 1분기 내 제재심을 열고 제재를 논의할 계획이다. 라임 펀드뿐 아니라 독일헤리티지펀드를 판매한 하나은행에 대해선 2분기 중에 제재심을 개최할 예정이다.

조만간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 CEO에 대한 최종 제재 결과도 판가름이 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최근 제2차 임시회의를 열어 라임 펀드 판매 증권 3사인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에 대한 과태료 부과 조치안을 의결했다. 전·현직 CEO에 대한 제재는 이르면 17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금감원 제재심은 앞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게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김성현 KB증권 대표·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에게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금감원 제재심 결과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후계구도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여 금융권은 제재심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에선 은행권 중 금감원의 첫 번째 사모펀드 제재 대상이 된 IBK기업은행 제재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과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의 김도진 전 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통보했지만 제재심 과정에서 경징계로 징계수위를 낮췄다. 이에 따라 다른 금융회사도 제재심에서 징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조금씩 고개를 든다.

다만 금감원이 중징계를 그대로 밀어붙이면 향후 금감원과 금융사 CEO의 소송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감원 징계의 법적 근거 역시 모호해 동시다발적인 소송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법적 다툼이 한창이지만 금감원은 지난해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해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손태승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강행했지만 결국 법원이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의 제재 이후 소송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