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따 따따' 동학개미, 머스크에 SOS 치려는 이유는?
反공매도 인사가 힘 실어주면 개미 응집력 높일 수 있어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 2019년 개봉한 한국 영화 '엑시트'를 통해 '따따따, 따따, 따, 따따따'라는 모스 부호가 유명해졌다. 유독가스가 살포된 위험한 상황 속에서 SOS(긴급도움요청) 신호인 이 모스부호를 휴대전화 불빛으로 밝히면서 소리화 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이들은 구조 헬기에 포착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국내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 공매도(空賣渡) 제도를 둘러싸고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에게 SOS 신호를 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학개미와 머스크, 연관이 없어보이는 이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기에 동학개미들이 머스크의 눈에 띄려고 하는 것일까.
지난달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게임스톱의 주가가 폭등했다. 이는 공매도 세력에 대한 미국 개미들의 반감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다. 게임스톱의 일시적인 주가 폭등은 쇼트스퀴즈(개인이 집중 매수해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 된 가운데 공매도 투자자들이 주식을 급하게 사들여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매도 세력에 대한 반감이 큰 것으로 치면, 동학개미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집단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이로 인해 공매도 세력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개미는 공매도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도 있다.
동학개미들은 게임스톱 사례를 벤치마킹하려고 했다. 특정 종목에 대한 집중 매수로 공매도 투자자의 손실을 높여 본떼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금융당국에 공매도 금지 조치 1년 연장, 나아가 공매도 제도 폐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있었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반(反) 공매도 인사가 힘을 실어주면 응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동학개미들의 전략이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금융의 중심지 뉴욕에 있는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일론 머스크 보세요'라는 글귀가 담긴 광고를 게재하거나 미국 신문 1면에 머스크에게 보내는 호소문 형식의 광고를 싣는 방안이 거론되는가 하면, 사진 등을 재미있게 편집해 인터넷에서 즐기는 '밈'(meme)을 만들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머스크는 밈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머스크는 게임스톱 급등 국면에서 '게임스통크(gamestock·stonk는 주식을 뜻하는 stock을 오기한 밈)'라는 트윗을 올려 개인투자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가 트위터에 패션잡지 '보그'(VOGUE)의 표지를 모방해, 개를 모델로 한 가짜 잡지 '도그'(DOGUE) 이미지를 올리자 도지코인의 가치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한국의 공매도 제도 등에 관한 머스크의 메시지를 SNS를 통해 이끌어내기만 한다면 동학개미들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소유하지 않은 집은 팔 수 없고, 소유하지 않은 차도 팔 수 없다. 그런데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팔 수 있는가"라며 "그것은 헛소리이고, 공매도는 사기"라고 비판했다. 과거 테슬라는 공매도 세력의 주된 먹잇감이었다.
한 셀트리온 주주는 "머스크가 셀트리온 공매도의 미친 짓을 언급하게 하면 된다. 이것 하나로 전 세계가 셀트리온을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셀트리온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이다. 이 종목의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에 대한 반감이 특히 큰 편이다.
실제로 공매도 반대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한 회원은 지난달 31일 머스크에게 '공매도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한투연을 소개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보냈다. 다만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의 경우 비용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돼 이를 당장 실행하지는 않고 추진 여부를 추가 검토하겠다는 게 한투연의 입장이다.
한 한투연 회원은 "그 어떤 방법보다 머스크 한 마디면 핵폭탄급 위력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연 동학개미들이 머스크의 힘을 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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